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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교수의 실태, 그리고 해결방안은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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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6-09 11:26 조회2,1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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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교수의 실태, 그리고 해결방안은


                                                                                                                          -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 임성윤 -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비정규직 노동자를 말한다면 바로 대학에서 강의하고 연구하는 강사들이다. 대학사회에서 강사는 교육의 절반 이상을 떠맡는 동시에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대한민국의 학문과 대학 발전이 바로 그들의 어깨 위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비정규직 노동자이고, 여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저임금 및 신분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다.

대학강사가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것은 강의한 시간 수로 임금을 받는 시급 노동자로 옭매여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강사가 전임교수들처럼 주당 6시간 강의를 할 때 월 936,000원을 받는다. 이것도 강의가 진행되는 4개월(16주) 동안만 제공될 뿐 방학 때는 아무 것도 없다. 따라서 실질적으로는 월 624,000원으로 서울대 학생들을 가르치며 받는 급여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친다는 말이다. 같은 일을 하는 서울대 교수라면 최소한 그 액수의 6-7배가 넘는 월급을 받을 것이고, 학생들도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면 그 몇 배에 해당하는 수입을 얻는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신분 불안정이다. 대학강사는 언제든지 해고당할 수 있는 존재이고, 자신이 다음 학기에, 어느 대학에서, 무슨 과목을, 몇 강좌나 가르치게 될지 모른다. 연구자와 교육자로서 장기적인 전망은 고사하고 내일의 운명에 불안하기만 하여 결국 한창 연구하고 교육에 종사해야 할 때 그는 하루 앞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이렇게 시급한 현안인 대학강사 및 비정규직 교수들의 문제를 그대로 두고는 어떠한 대학의 구조개혁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노동조합의 생각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안에 보면, 대학의 연구와 교육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는 강사 및 비정규직 교수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 단지 전임교수의 비율을 높이는 방안만이 나와 있을 뿐이다. 그 비율을 높이는 방안도 전임교수의 수 늘리기가 있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학생들의 자연감소와 대학 간 통합에 따른 입학생 감축 및 기존 교수들의 현상유지에서 오는 비율 증대가 고작이다. 이 안이 실행되면 누구보다 대학강사 및 비정규직 교수들이 큰 타격을 받아 그나마 연구와 교육의 터전이던 일자리가 날아가는 날벼락에 직면할 것이다. 그것은 대학의 연구자와 교육자들의 인력풀(pool)의 감소를 의미하고,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 대학의 연구수준과 교육의 질 하락을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의 구조개혁은 올바르거나 제대로 된 방안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해결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헌법이 명시하고 있듯이, 대학에서 교원의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교원으로 분류하여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하도록 하자. 그 자격에 미달하는 사람이라면 대학의 교원으로 자격을 갖출 때까지 교육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자. 이는 대학의 경쟁력과 교육의 질을 제고하는 방안이기도 하고, 온갖 차별과 비인간적인 행태가 난무하는 대학을 바로 잡는 길이기도 하다. 그동안 대학은 사회에 대고는 민주화와 진보를 외쳤지만, 정작 대학 자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생 위에 팽창하고 발전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대학의 모순들을 푸는 첫걸음은 바로 대학에서 강의하고 연구하는 ‘교원 아닌 교원’들을 진정한 교원으로 인정하는 일이다. 따라서 현재 고등교육법에서 전임강사까지인 교원의 범위를 대학강사 및 비정규직 교수까지 확장시키는 법 개정만이 진정한 대학개혁으로 가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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