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들은 반대하는 강사법’…악마는 디테일에 숨는다읽음

장은교 기자

교육부가 19일 “대학 강사제도 개선을 위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강사법)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대학 시간강사들은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라고 반발했다. 강사들을 위한 제도라는데 강사들은 왜 반대할까. 당사자들이 반대하는데 교육부는 왜 밀어부치고 있는 것일까. 강사법을 둘러싼 논란을 정리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시간강사에게 교원 신분을 부여하는 것이다. 현행법상 대학 교원은 교수, 부교수, 조교수로 나뉘어 있다. 개정안은 여기에 ‘강사’를 추가했다. 교육부는 “대학별로 필요에 따라 운영되던 시간강사를 폐지하고 교원의 한 종류로 강사를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강사들이 임용기간 중 안정적으로 복무하도록 하며, 임용계약 위반 및 형의 선고 등을 제외하고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면직·권고사직 제한, 불체포 특권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교원 대접을 하겠다는 뜻이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가 지난 7월 국회 공청회에 앞서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한국비정규교수노조

한국비정규교수노조가 지난 7월 국회 공청회에 앞서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한국비정규교수노조

교육부는 강사들의 임용기간도 보장한다고 강조한다. 개정안은 “강사 채용시 학칙 또는 학교법인의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임용조건을 반드시 포함해 임용계약을 체결하도록 한다”며 “1년 이상 임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강사들은 현재 대학에 따라 4~6개월씩 단기 계약을 하고 있는데, 새 개정안은 최소 1년 이상의 고용기간을 보장한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교육부가 이날 입법예고한 개정안은 지난 9월 9일 대학강사제도 정책자문위원회(위원장 남궁근)가 발표한 대학강사제도 종합대책안을 그대로 담은 것이다.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 등 강사단체들은 9월에도, 이날 입법예고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교원지위도 부여하고 임용기간도 늘려서 보장한다는데 강사들은 왜 반대하는 것일까.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 임순광 위원장에게 반대하는 이유를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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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개정안은 강사를 1년 이상 임용하도록 보장하고 있습니다. 고용안정에 도움이 됐다고 볼 수 있지 않습니까.
“4~6개월씩 계약하다가 최소 1년이라도 법적으로 보장한다니 그것을 나빠졌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분명히 나아진 점도 있지요. 그런데 그 문장(임용할 때는 1년 이상으로 하여야 한다) 아래 추가된 조항을 보셨습니까? 학교에 따라 임용기간을 1년 미만으로 할 수 있는 여러 단서조항을 만들어 놨어요.”

▶개정안 6조 2항은 “다음 각호의 경우 그 임용기간을 학칙 또는 학교법인의 정관을 정하는 바에 따라 계약으로 임용기간을 1년 미만으로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1년 미만으로 임용할 수 있는 경우는 “원격대학 강사, 다수의 강사가 한 강좌의 수업을 담당하는 경우 또는 계절수업을 담당하는 경우 해당 수업의 강사, 겸임교원 등이 퇴직·직위해제·정직·해임·파면 등의 징계·보직 수행·출장·파견·출산 휴가·육아휴직 등의 사유로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공석이거나 일시적으로 강의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이를 대신할 목적으로 임용되는 강사”라고 규정했다.

임 위원장은 설명했다.

“학교 현장에서 보면 ‘팀티칭’ 등 다양한 수업형태로 운영됩니다. 단서 조항을 보면 알겠지만, 수업 형태를 바꾸거나 쪼개기 강의 등으로 얼마든지 끼워맞춰서 ‘1년 미만’에 해당하는 강사로 쓸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은 1년 이상을 보장해주겠다는 뜻이 아니라 사실상 1년 미만짜리 계약강사를 법으로 정해놓고 양산하겠다는 뜻입니다. 지금 4~6개월씩 계약하는 강사들도 10년~20년씩 재계약해서 계속 일하고 있지 않습니까? 아무리 수십년을 강의해도 시간 쪼개기 강의를 하면 강사들은 퇴직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법에 만들어놓고 학교에서 입맛대로 1년마다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죠. 강사들의 고용안정은 더 나빠졌다고 봐야합니다. 현행법은 책임시수를 주당 9시간으로 정하고 있는데 개정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습니다. 책임시수를 6시간 이하로 개정하는 냐용이 꼭 포함돼야 강사들이 대량해고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습니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

-개정안에는 “강사는 임용기간이 끝나면 당연히 퇴직한다”고 나와있습니다. 이 문항을 굳이 넣은 이유가 있을까요?
“그 부분이 핵심입니다. 아마 사용자(대학) 측에서는 다른 문항을 다 포기해도 이 문항만큼은 사수하려고 했을 겁니다. 대학이 1년 계약기간 이후에는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보장해준 것이죠. 법적으로 부당해고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겁니다. 많은 기업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같은 고통을 겪고 있지요. 임용기간 중 의사에 반하는 권고사직을 당하지 않고 소청심사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지만, 계약 기간 뒤 법에 ‘당연히 퇴직한다’고 명시된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강사들이 소를 제기하며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요.”

-강사의 임무가 ‘교육 또는 연구’에서 ‘학생 교육’으로 바뀌었습니다. 교육부는 연구의무를 지우지 않는 것이 강사들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현행법은 “교원은 학생을 교육·지도하고 학문을 연구하되, 필요한 경우 학칙 또는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지도, 학문연구 또는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산학협력만을 전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개정안은 “강사는 교육과정상 필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는 “학생지도 및 연구를 ‘강사의 임무’로 규정할 경우 강사에게 과도한 실적을 요구하는 등의 부작용 발생 우려를 고려하여 ‘학생 교육’으로 명시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말이 안되는 주장입니다. 강사들은 당연히 연구활동도 하기를 원합니다. 교원은 학생을 가르치는 것과 함께 연구도 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개정안에서 강사들에게 연구를 못하도록 한 것은 결국 돈때문입니다. 강사들의 임무에 ‘연구’가 포함되면 그에 맞는 연구실과 연구시설, 연구비를 지원해야겠지요. 그러나 연구의무를 삭제함으로써 지원비도 주지 않고 강사들은 강의만 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이번 개정안은 강사단체가 포함된 자문위원회(한국비정규교수노조·전국대학강사노조 4명, 대교협·전문대교협·전문대 교무처장협의회 4명, 정부·국회에서 추천한 전문가 3명 등 총 11명)에서 마련한 안을 따른 것입니다. 강사들의 의견도 반영된 게 아닌가요?
“2011년 법이 만들어졌지만 현장에서 반대해 계속 유예됐죠. 국회에서 자문위를 구성해 의견을 따르라고 하면서 저희까지 포함시켰지만 논의과정에서 강사들의 의견은 철저히 소외되고 무시됐어요. 저희는 계속 반대목소리를 냈어요. 교육부가 9월에 종합대책안을 냈을 때에도 분명히 반대한다고 얘기했어요. 교육부에선 어제 문자 메시지가 한 통 왔더군요. 내일 보도자료가 나가니까 앞으로 다시 잘 얘기해보자구요. 입법예고 기간에 여러 의견을 수렴한다는데 우리 의견이 과연 반영될까요?”

강사법 제정은 2010년 조선대 시간강사로 일하던 서정민씨가 강사들의 열악한 처우실태와 임용비리를 유서로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2011년 법이 제정됐고 2013년부터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강사들의 반대로 유예됐다. 교육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자문위원회가 총 14회(2016년 2월~9월)에 걸쳐 회의와 현장전문가 의견 수렴, 공청회 개최, 설문조사 등을 거쳐 최종 건의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11월 30일까지 입법예고기간을 거친 뒤 올해말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2018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실에 따르면 사립대 교원 중 비정년트랙 교원 비율은 2011년 12%에서 2015년 20.6%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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