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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도 '교원'…1년 이상 임용하고 방학에도 임금 지급

강사제도 개선안 공청회…3년간 재임용 절차 보장
정부·대학·강사대표 8년만에 합의…내년 시행되나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2018-07-13 14:00 송고 | 2018-07-24 18:06 최종수정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종합문화관에서 대학 강사제도 개선안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대학 강사제도 개선협의회가 주관한 이날 공청회에서는 대학 관계자와 시간강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강사법 개선안과 대학 강사 처우개선 대책 등이 논의됐다. 2018.7.1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종합문화관에서 대학 강사제도 개선안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대학 강사제도 개선협의회가 주관한 이날 공청회에서는 대학 관계자와 시간강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강사법 개선안과 대학 강사 처우개선 대책 등이 논의됐다. 2018.7.1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이르면 내년부터 대학 시간강사에게 교원 지위가 부여되고 임용기간도 1년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3년까지는 재임용이 보장된다. 수업이 없는 방학 중에도 임금을 지급한다. 국회와 교육부, 대학뿐 아니라 강사단체 대표가 8년 만에 처음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교육부는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 주관으로 14일 오후 2시 서울교대 종합문화관에서 '대학 강사제도 개선(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협의회는 지난해 12월 시간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이 네번째 유예되면서 개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된 협의체다. 대학·시간강사 대표, 정부·국회가 추천한 전문가 12명이 참여해 15차례 논의 끝에 개선안을 마련했다. 

개선안은, 시간강사도 고등교육법상 교원의 종류에 포함해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명칭을 '강사'로 바꾸기로 했다. 기존 교원과 마찬가지로 형 선고나 임용계약 위반을 제외하고는 의사에 반해 면직·권고사직을 제한하고, 현행범이 아닌 경우 학교장 동의 없이 대학 안에서 체포를 금지하는 '불체포 특권'을 보장한다.

임용기간은 1년 이상으로 정했다. 현재 강사는 대부분 대학에서 1학기 단위로 계약한다. 예외 사유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기존 교원이 학기 중 6개월 미만의 병가, 출산휴가, 휴직, 파견, 징계, 연구년(6개월 이하)을 갈 때만 1년 미만으로 강사를 임용할 수 있다. 교원의 퇴직, 사망, 직위해제로 남은 학기 대체강사가 필요할 경우에도 '1년 이상 임용'의 예외사유로 인정했다.

겸임교수, 초빙교수 등 다른 비정규직 교수의 임용기간을 1년 이상으로 정한 것도 기존 시간강사법과 달라진 점이다. 시간강사가 교원에 포함되면 강사를 임용하는 대신 겸임·초빙교수 등 다른 비정규직 교원이 늘어날 수 있다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조항을 신설했다. 다만 대학 의견을 반영해 겸임·초빙교수 등은 시간강사와 달리 고등교육법상 교원의 종류에는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강의를 하지 않는 방학기간에도 시간강사에게 임금을 지급한다. 임용기간을 1년 이상으로 하면서 방학기간이 임용기간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퇴직금은 일반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현행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등 기존 노동법 규정에 따라 처리하되 향후 별도 기금을 마련해 퇴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책임시수를 주당 6시간 이하 강의로 정한 것도 기존과 달라졌다. 학교장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최대 9시간까지 강의를 맡길 수 있다. 시간강사뿐 아니라 겸임교수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강사가 교원의 종류에 포함되면 한 사람에게 강의를 몰아줘 대량해고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책임시수를 시행령에 정하기로 했다.

다만 대학 요구를 수용해 초빙교수는 책임 강의시수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대학에서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인 '강의전담교수'를 초빙교수 형태로 임용하는 경우가 많다. 강의전담교수는 1주일에 12시간에서 15시간 이상 강의를 맡는 게 보통이다. 시간강사는 주당 6시간 이하 강의를 맡는 경우가 80% 이상을 차지한다. 9시간이 10%가량 되고, 9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는 5% 미만이다.

신규임용을 포함해 3년까지 재임용 절차를 보장한 것도 시간강사의 고용안정 면에서 중요한 변화다. 3년이 지났다고 재임용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과 강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해 재임용하거나 신규임용 방식으로 임용할 수 있다. '3년 재임용 절차 보장'을 명시한 것은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거나 평가에서 일정 점수에 미달하지 않으면 3년까지는 재임용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대학평가에 주로 반영하는 전임교원확보율을 산정할 때는 강사를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정규직 교원에 해당하는 기존 전임교원을 임용하지 않고 강사를 임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대학설립·운영규정상 교원확보율을 계산할 때는 포함한다. 교원확보율은 학과 정원 조정 등에 적용된다. 대신 반영비율은 지금처럼 전체 교원확보율의 20%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번 개선안은 2010년 시간강사법 논의가 시작된 이후 8년 만에 처음 대학과 강사, 정부 대표가 합의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시간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은 2010년 조선대 시간강사 서정민 박사의 죽음을 계기로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2011년 12월 만들어졌다.

정작 당사자인 시간강사들은 법 취지와 달리 신분보장과 처우개선이 모두 미흡하다며 국회 통과 전부터 반대했다. 비정규직 교수만 양산하고 대량해고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대학도 예산 부담 등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법 시행에 반대했다.

2013년 1월1일부터 시행하려던 계획이 그동안 네차례에 걸쳐 6년이나 연기됐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시간강사법 시행을 2019년 1월1일로 유예하며 정부와 대학·교수·시간강사 대표 등을 포함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대학과 강사 등 현장에서 수용 가능한 개정안을 올해 8월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협의체는 공청회를 통해 현장 의견을 수렴한 뒤 8월까지 강사제도 개선안을 확정해 국회와 교육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이르면 9월 정기국회에 강사제도 개선안을 담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될 전망이다. 협의체가 마련한 개선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대학의 준비 등을 감안해 시행시기는 2019년이 아니라 2020년이 될 수도 있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대학과 시간강사 대표, 정부와 국회에서 추천한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서 만들어낸 최초의 합의안이라는 데 상당한 무게가 있다"며 "내년 1월 시행예정인 법을 막기 위해서는 국회가 하루빨리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특히 "개정안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예산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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