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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강사법 후폭풍에 강의줄인 대학, 내년 `재정 불이익` 받는다

고민서,이진한 기자
고민서,이진한 기자
입력 : 
2019-01-08 17:44:11
수정 : 
2019-01-09 07: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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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재정지원사업 개편

시간강사 고용안정성·강좌수
평가해 1000억원대 차등지급
평가기준 구체적 지표도 없어

대학 "자율혁신 주문하면서
강사법 빌미로 통제 강화해"
사진설명
내년부터 강사법 개정을 이유로 시간강사 고용 비용 등을 줄이고자 강좌 수를 대폭 통폐합한 대학에는 페널티가 적용된다. 대학마다 시간강사의 고용 안정성과 관련 강좌 운영 현황 등에 따라 향후 약 1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차등 지급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재정이 열악한 일부 대학들에선 "대학의 자율적인 혁신을 주문하면서도 혁신을 위한 재정은 더 메마르게 하는 꼴"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8일 교육부가 내놓은 '대학·전문대학 혁신 지원사업 기본계획 시안'을 살펴보면 정부는 내년부터 대학재정지원 사업비의 20% 내외를 시간강사의 고용 안정성과 관련된 성과지표에 따라 대학에 차등 지급할 예정이다.

일단 정부는 예년과 달리 구체적인 사업 목적이나 사전 평가 없이 올해는 학교 규모 정도만을 고려해 지원금을 나눠주고, 내년부턴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펼친 혁신사업의 성과와 교육부가 정한 별도의 성과지표에 따라 사후 평가한 뒤 지원금을 배분할 계획이다. 즉 전체 예산의 80% 정도만 올해 적용되는 방식대로 재원을 배분하고, 나머지 20%가량은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어느 정도로 잘 준수했는지 등에 따라 대학별로 차등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해당 성과 평가에 대한 구체적인 지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진석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그간 시간강사 수를 줄이기 위해 (강좌를 통폐합하는 방식으로) 대형 강좌를 대폭 늘린 대학에만 페널티를 적용했다면, 이제는 전체 총 강좌 수가 몇 개인지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들의 수업권이나 교육 선택권을 다양하게 확보하겠다는 목적 등을 반영해 성과지표를 만들 예정"이라며 "현재 구체적인 성과지표와 기술적인 산정 방식에 대해선 논의 단계로, 향후 전문가 그룹을 통해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일선 대학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정부가 대학들에 자율적인 혁신을 주문하는 동시에 강사법 준수를 빌미로 대학 재정에 더 압박을 가한다는 반응이다.

지방의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정부가 강사법 개정 이후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재정 부담을 지원해주겠다지만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로 인해 (우리처럼) 상대적으로 재정난이 극심한 대학들은 교직원 명예퇴직까지 고려할 정도로 재정이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인건비 부담이 급증하고 등록금 동결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강사법 이행 정도를 판단하기 위해 교육부가 강의 통폐합 수 및 전체 강좌 수까지 들여다보겠다는 건 대학을 더 통제하겠다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자율적으로 과제를 선정해 추진하라는 측면에선 자율권을 많이 부여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그러나 강사법으로 대학들이 강좌 수를 줄일 수 있다는 역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대학의 혁신지원사업과 연결하는 게 과연 합리적인 지표로 평가하는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명 '시간강사법'으로 불리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당장 오는 8월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작년 말에는 중앙대가 1200명 수준인 시간강사 수를 올해 1학기까지 500명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전국 대학가에 시간강사를 대상으로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 것이란 전망이 나왔고, 이 과정에서 상당수 대학은 강좌 수를 줄이거나 강의를 통폐합·대형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상대적으로 재정이 넉넉한 서울 및 수도권 일부 대학과 재정 기반이 약한 지방 사립대 간 정부 지원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올해 교육부 예산 74조9163억원 중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을 위한 강사처우개선비로 288억원을 책정했다. 건강보험료와 퇴직금까지 고려해 사립대학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2700억원은커녕 당초 강사법과 관련해 국회 교육위원회가 책정한 550억원 규모의 절반에 불과했다. 이 중 사립대학 시간강사처우개선비는 신규로 217억원, 국립대학 시간강사처우개선 비용은 71억원이 책정됐다.

한편 교육부는 올해 대학별 지원금을 학부 재학생 수와 학교 수를 고려해 권역별로 배분하고, 이를 다시 학생 1인당 교육비 평균액, 재학생 수, 전임교원 확보율 등을 고려해 대학별로 배분할 계획이다. 가령 교육부가 지난해 시행한 '대학 기본역량 진단'(옛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된 대학 131곳의 경우 지원금 5350억원에 대해 학교당 평균 40억원 내외를 지원받는 구조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우선 대학자율역량강화(ACE+), 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PRIME)·대학인문역량강화(CORE), 대학특성화(CK), 여성공학인재양성(WE-UP) 등 5개 사업을 '대학혁신지원사업'으로 통합했다. 올해 전체 대학에는 전년 대비 약 28% 늘어난 5688억원이, 전문대학에는 약 16% 증액된 2908억원이 지원된다.

[고민서 기자 /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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