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교수노조가 지난달 강사법 시행 1년을 맞아 고용 안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소희 기자>
대학강사들이 개정 고등교육법 시행 2년차를 맞아 대학과 정부에 고용안정과 고등교육 정상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일부 대학이 재계약을 앞두고 강사에 재임용을 포기하는 각서를 쓰게 하는 등의 ‘꼼수’를 부려서다.

‘강사법’이라 알려진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2019년 8월1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에는 △강사 재임용 절차 3년간 보장 △1년 이상 임용 △교원 지위 인정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비정규교수노조는 5일 “개정강사법 합의 정신을 더 이상 배반하지 말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요구안을 발표했다. 노조는 △강사에 직장건강보험을 적용할 것 △공채와 재임용 과정에서 불법·탈법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감독할 것 △원격수업 99% 허용 선언 철회 △소규모 강좌 정착 지원 등 12개 항목의 고등교육 정상화 방안을 요구했다.

“강의 이름 바꿔 재임용 회피 꼼수”

노조는 일부 대학이 강사법을 위반하고 강사의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의 한 사립대학은 재계약을 앞둔 강사가 맡았던 강좌의 이름을 바꾸려고 시도했다. 이 강사는 지난해 신규 임용돼 2020년 2학기에 재계약을 앞둔 2년차 강사다. 대학은 동일한 내용의 강좌를 이름만 바꿔 재임용 절차조차 보장하지 않으려 했다. 이후 노조 반발에 부딪히자 강의명은 유지됐다. 하지만 노조 관계자는 “이러한 사례가 빈번히 있어 왔다”고 비판했다.

강사법 시행 직후 서울의 한 사립대학은 “시간강사 채용을 극소화하는 것이 목표”라는 문건을 만들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문건에는 △과목 수 감축 △졸업요구 학점 축소 △연구교수에 강의 배정 같은 구체적인 강사 고용 축소 방안이 담겨 있었다. 적립금이 1조 단위에 육박할 정도로 재정 여력이 있는 수도권의 대형 사립대학들은 강사법 시행 후 이 같은 구조조정안을 추진하다 언론 보도 후 계획을 취소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핑계, 원격수업 늘려 수익추구”

교육부는 지난 7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등을 만나 원격수업 확대 방안을 밝혔다. 대학은 전체 교과목 학점의 20% 이내에서만 원격수업을 개설할 수 있는데 이를 대학 자율로 바꿔 원격수업을 전면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원격수업 전면 허용을 비판했다. 대학이 원격수업의 수강인원을 자유롭게 증원해 비용절감을 목표한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원격수업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강사들에 수업 제작을 맡기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원격수업은 학생에게도 불만족스럽다. 29개 대학 총학생회가 참여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 2만여명 중 99.2%가 “상반기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등록금 반환 사유로 “원격 수업의 낮은 질”을 꼽은 학생은 82%였다.

김진균 비정규교수노조 부위원장은 “대학은 과거부터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꾸준히 인터넷 강의 도입을 바라 왔다”며 “소규모·현장 강의에 비해 인터넷 강의와 원격 수업은 훨씬 강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 부위원장은 “인터넷 강의로는 표준화된 학설만 제공할 수밖에 없어 학생들이 학문적 호기심을 얻기 어렵다”며 “학문이 붕괴되고 대학원 진학자는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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