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대 78%·우송대 77%가 비정규직, 한남대 전년대비 12%나 늘어

[U's Line 박병수 기자] 김인환 U's Line 부설 미래교육정책연구소장은 “한국에서 지금 진행되는 대학구조개혁은 개혁이 아니라 대학구조개악이다. 개혁이라 하면 잘못된 내용을 고쳐나가는 것이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입학정원의 수치만을 맹목적으로 맞추는 일이 아니다. 대학의 순기능을 유지하려는 철학 없이 무차별적으로 칼을 댄다면 머지않아 심각한 사회 부작용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대학구조개혁이라 불리며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작금의 상황 중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경제적 양극화’가 그대로 대학으로 이전돼 대학의 본질적이며, 중차대한 행위인 교육과 연구가 뿌리 채 흔들리는 것이라고 제기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교·직원들의 비정규직화를 들었다.

그는 “대학사회에 대학구조개혁으로 양산된 것은 비정규직이요, 사라진 것은 민주주의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대학은 한 사회의 척도며, 이정표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대학은 그 기능과 역할이 상실됐다.”며 “더 이상의 대학 해체는 곧 사회의 해체를 의미하기 때문에 물질만능 중심에서 인간중심으로 서둘러 옮겨와야 하는데 이를 가로막는 거대한 성벽이 대학에게 기업의 이윤추구와 생산성 제고를 뒷받침하라는 노예 역할 강조의 신자유주의”라고 제기했다.

신규·정년퇴직 자연감소 비정규직 충원

김 소장의 지적대로 대학의 비정규직화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비정규직화는 생활과 직접적인 관계를 갖고 있어 단순히 대학사회만의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한 사례로 올해 충청권소재 대학들의 비정규직원 비율을 따져보면 최대 70%후반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대학별 현황을 살펴보면 비정규직원 비율은 ▲을지대 78.37% ▲우송대 77.24% ▲한남대 45.13%와 ▲선문대 60.08% ▲호서대 48.85% ▲백석대 44.62%, ▲청주대 42.30% ▲한국교원대 34.81% ▲서원대 34.12% 등으로 조사됐다.

▲ 충청권 대학 비정규직 직원 비율 (2015년 기준 내림차순)

또 2013년 대비 올해 비정규직원 비율이 소폭 늘어난 충청권 지역 대학은 대전대, 배재대, 을지대, 한남대, 한밭대(이상 대전지역 8개 대학 중 5개 대학)와 건양대, 단국대(천안), 백석대, 상명대, 선문대(이상 충남지역 8개 대학 중 5개 대학), 건국대(글로컬), 서원대, 청주대, 중부대, 한국교원대(이상 충북지역 7개 대학 중 5개 대학) 등이다.


한남대는 2013년 180명이던 직원 정원을 올해 226명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비정규직원 비중을 59명에서 102명으로 늘렸고, 선문대는 전체 직원수를 30명 증원하면서 비정규직원은 기존보다 32명 늘렸다. 같은 기간 국립대인 충북대는 증원된 직원 15명 중 12명이 비정규직이다.

대학에서 비정규직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신규채용이나 정년퇴직 등 직원 자연감소분을 비정규직으로 충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직의 빈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면 대학은 임금부담과 여러 부분에서 조직슬림화를 꽤 하게 된다.

최근5년간 비정년트랙 교원 2배 이상 늘어

또한 올해 1학기 신규 임용된 전임교원 2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며, 최근 5년간 비정규직 교수가 2배 이상 증가했다. 4년제 사립대학 78개교의 ’2011~2015년 대학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교수사회의 비정규직화에 따른 근무여건 악화와 안정적인 교육 및 연구 활동의 저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깊은 가운데 비정년트랙 임용증가 실태는 대학이 국가사업 수주를 위한 평가지표로 악용되고 있기도 하다.

전국 163개 사립대학 중 자료제출 78개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것으로 78개교의 33.3%인 26개교만이 수도권소재 대학이다. 지방소재 대학들을 중심으로 한 자료지만, 수도권소재 사립대학들의 실태 역시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78개교의 최근 5년간 비정년트랙 교원은 2배 이상 늘었다. 2011년 전임교원의 12.0%(2179명)를 차지했던 비정년트랙 교원은 2배 이상 늘어 2015년 비중이 20.6%(4379명)까지 확대됐다. 사립대학 전임교원이 2011년 대비 3167명 증가했지만 이중 2200명(69.5%)이 비정년트랙 교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로 구조개혁 방향 전환해야”

전임교원 신규임용 현황을 보면, 사립대학의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선호현상을 더욱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2011년에는 사립대학 전임교원 신규임용 인원 중 45.7%가 비정년트랙이었으나 2012년부터 54.3%로 역전되기 시작, 2015년 1학기에는 그 비율이 56.6%에 달한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급여는 교수·부교수·조교수 모두 동일직급 정년트랙 전임교원의 40~60% 수준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대학들이 비정년트랙 교원의 재임용(재계약) 횟수 제한 등 일부 불합리한 규정은 개정했지만, 급여는 여전히 동일직급 정년트랙 교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차별적 처우를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제도가 도입된 지 12년이 지났지만 교육부는 2004년 이후 제대로 실태조사 한 번 실시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제시도 없이 각종 평가지표를 통해 대학의 전임교원 확대를 유도해 나간다면 대학의 저임금 불안정 교원임용은 더욱 심각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강사법, 교수 수만 명 대량해고 악법

지난 2011년 7월 교육당국은 고등교육법을 개정, 다양한 교육수요를 반영한다는 취지를 내세워 학교가 교원 중 학문연구뿐만 아니라 교육·지도 또는 산학협력만을 전담할 수 있는 교원을 둘 수 있도록 했으나, 이 조치는 결과적으로 강의전담, 산학협력전담 등 비정년트랙 합법적 증가를 재촉한 개정이 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 시간강사도 교원으로 인정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내년 1월1일 시행되는 것에 대비해 교육부가 지난 2일 고등교육법 시행령 등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시간강사는 물론 대학 모두 '강사법'을 폐기하거나 시행을 다시 유예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비정규교수노조는 “강사법은 교수직의 대량 비정규직화를 가져와 정규직으로 교수가 될 사람을 비정규직이 되도록 하고 비정규 교수 수만 명을 대량해고로 내모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며 "유예하기보다 폐기하는 것이 대학현장의 혼란도 없애고 향후 제대로 된 대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비정규교수노조는 “지금처럼 학칙과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계약으로 임용·재임용하도록 한다면 대학이 자의적으로 강사의 임용과 해고를 자행하게 될 것"이라며 "강사는 교원의 지위를 가지므로 강사의 임용과 재임용을 법률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朴 정부, 교육정책 근간 바뀌어야 해결

대학 교·직원의 비정규직화는 박근혜 정부가 취하고 있는 교육정책의 근간이 바뀌지 않는 한 더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근혜 정부들어 강제적으로 추진되는 대학구조개혁 법률안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구조개혁이란 양적 감축을 넘어 구조의 질적 변화가 전제돼야 하는데도 이러한 목적이 없다고 지적되고 있는 것은 대학 입학자원의 급격한 감소에 대비한 입학정원 감축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대학도 재정을 생각해 모든 구조를 슬림화하고, 비정규직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법률이 추구하는 목적은 대학구조개혁이 아니라 대학의 양적규모 축소에만 연연해 한다는 지적이다. 물론 양적축소가 교육의 질적 개선과 같은 의미라고 말하고 있으나 어떤 방식으로 대학의 질을 향상한다는 내용은 없다는 반박이다.

김인환 소장은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대학은 교원이나 직원의 인건비를 줄이거나 이들을 해고함으로써 대학을 운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정원감축을 통해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대학구조개혁의 근간을 정원감축에서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의 구조전환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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