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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시간강사법 폐기·유예' 가닥은 잡았는데…

일부 강사단체 반발로 발의는 미적…강사 처우 더 나빠져
비정규교수노조 "강사법 폐기하라" 야당 당사서 철야농성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2015-12-10 06:55 송고 | 2015-12-16 16:18 최종수정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원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시간강사법) 폐기를 주장하며 지난 7일부터 새정치민주연합 당사에서 철야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News1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원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시간강사법) 폐기를 주장하며 지난 7일부터 새정치민주연합 당사에서 철야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News1

내년 1월1일 시행을 앞둔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을 반대하는 대학현장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여당이 법 시행을 다시 유예하자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누가 재유예 법안을 내느냐를 놓고 눈치를 보면서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10일 교육부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등에 따르면, 교육부와 새누리당 교육개혁특별위원회는 최근 회의에서 강사법을 폐기하거나 시행을 유예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방향을 논의했다.
여당 교문위 관계자는 "강사법을 폐기해야 한다는 시간강사가 많고 대학이나 총장들도 강사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행정적, 재정적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며 "이달 안에는 결론이 나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장의 반발과 혼란이 커지고 있어 법 시행을 재유예하고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해 대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국회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사법은 조선대 시간강사였던 고(故) 서정민 박사가 2010년 시간강사의 열악현 현실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여론이 들끓자 2011년 12월 만들어졌다. 고등교육법 조항을 개정·신설한 것이지만 시간강사의 명칭을 '강사'로 바꾸고 교원 지위를 부여한다고 해 통상 '강사법'이라 부른다.

2013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이었다. 하지만 법 취지와 달리 시간강사의 신분보장, 처우개선이 모두 미흡하고 대량해고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법 시행이 두 차례 유예됐다.
당사자인 시간강사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고등교육 전문매체인 '교수신문'이 지난달 실시한 의견조사에서 무려 93.9%의 시간강사가 강사법 시행을 반대했다. 찬성은 불과 3.6%였다. 전임교수도 64.3%가 반대했다. 찬성은 12.2%에 그쳤다.

시간강사만 이 법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대학본부에서 보직을 맡고 있는 전임교수도 73.2%가 반대했다. 국·공립대 교수는 80.6%가 반대하고, 사립대는 68.8%가 반대했다. 사립대 교수들의 반대가 덜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모르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20.1%에 달했다.

4년제 대학 총장들의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 전문대 총장 협의체인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대학에서 교원 인사를 담당하고 있는 교무처장협의회도 반대 의견을 국회와 교육부에 전달했다. 법이 만들어진지 4년, 시행이 유예된지 3년이 됐지만 여전히 모두가 반대하는 법인 셈이다.

문제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이다. 여당은 물론 두 차례 유예 법안을 냈던 야당 의원조차 누구도 성큼 재유예 법안을 발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수이긴 하지만 강사법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간강사 단체도 있기 때문이다.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은 지난 7일 보도자료를 내고 "강사법을 시행해 교원 지위를 인정받고 처우 개선 등 부족한 부분은 후속 입법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당 교문위 관계자는 "강사법을 폐기하라고 요구하는 시간강사 노조가 수는 훨씬 많지만 일단 법을 시행해 교원 지위를 갖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노조도 있다"며 "시행하자고 주장하는 쪽은 초강성이라 드러내놓고 재유예 내지 폐기로 가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몇몇 여당 의원이 강사법 유예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났지만 시행해야 한다는 강사노조의 압박으로 포기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언론에 보도됐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강사법 유예 법안 발의를 실무선에서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접었다"고 말했다.

두 차례 유예 법안을 발의했던 야당 교문위원들 입장에서는 또 다시 유예 법안을 낸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야당 교문위 관계자는 "숫자야 어찌 됐든 이해당사자 간에 찬반 양론이 너무 뚜렷하고 조정의 여지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난감해했다.

여야가 서로 눈치를 보며 미적대자 또 다른 시간강사 단체인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강사법 폐기와 올바른 대안 마련'을 촉구하며 지난 7일부터 새정치민주연합 당사에서 무기한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비정규교수노조는 "시간강사법 시행을 막는 법안 발의를 약속한 국회 교문위원들이 약속을 져버리고 책임회피에 급급하다"며 "모든 비전임교원을 하나로 통합하고 이들에게 2~3년 단위의 재임용 계약과 생활임금, 교권을 보장해주는 연구강의교수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 3년 동안 정부와 국회가 사실상 손을 놓은 사이 시간강사들의 처지는 강사법 논의가 한창이던 2010년 당시보다 더 나빠졌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8일 발행한 '시간강사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한 입법 과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주일에 3시간 미만 강의하는 시간강사의 비율은 2009년 15.0%에서 2015년 16.5%로 늘었다. 반면 주당 7~9시간 강의하는 강사는 15.0%에서 12.5%로, 9시간 이상은 7.0%에서 6.1%로 줄었다.

6개월 이내 단기계약은 2009년 94.9%에서 2015년 99.0%로 오히려 증가했다. 6개월 이상 1년 이내 계약은 1.4%에서 0.9%로, 1년 이상 계약은 3.7%에서 0.1%로 줄었다. '1년 이상 임용'이라는 강사법 조항과는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이상룡 비정규교수노조 정책위원장은 "시간강사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부터 대학은 시간강사들을 해고하기 시작했으며 시간강사들의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순광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달리는 기차 위에서 중립은 없다. 국회의원들은 더 이상 강사단체들에 단일안을 내놓으라는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며 "국회의원들은 무엇을 해야할지 양심적으로 판단하고 용기있게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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