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통과와 대량해고 위협에 조합 입장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12-10 10:39 조회3,623회 댓글0건본문
강사법 예산안 통과와
대학 측의 강사 대량해고 위협에 대한 입장
2018년 12월8일 새벽 국회에서 2019년 예산안이 통과됨으로써 이제 2010년부터 시작된 강사법 논쟁이 3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1라운드가 강사 등 비정규교수의 교원법적지위 쟁취를 둘러싼 논쟁이었다면 2라운드는 어떤 교원지위냐(어떤 권리를 가지느냐)와 처우와 대량해고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주요 쟁점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3라운드는 강사법 안착을 위해 어떤 조건을 갖출 것인가와 교육과 학문 환경을 파괴하는 대학의 편법과 반칙 및 구조조정의 위협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가 주요 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동시에 강사법 외의 올바른 대안들에 대한 논의도 상당히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노동조합은 1990년부터 강사법이 아니라 연구교수제를 제시했으며 2010년부터 연구강의교수제를 공식화하고 진보적 입법 활동을 전개해 온 바 있다. 하지만 국회 세력관계 등 여러 정치 조건을 고려하고 기존 유예된 문제투성이 강사법 시행을 막기 위하여, 2018년에는 좀 더 바람직한 대안 달성(연구강의교수제 쟁취)을 조금 유보하고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에 적극 참여하여 강사법 개정에 집중하였다. 우리 노동조합과 함께 여러 단체들과 관계자들의 노력이 곁들여져 9월3일 합의안이 발표되고 10월10일 국회에서 입법발의 되었으며 11월12일 국회법안소위를 거쳐 11월15일 국회 교육위원회와 11월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사법이 통과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12월8일 새벽에 강사법 관련 예산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법률 제정과 예산 배정의 단계는 지나가고 있다. 강사법 예산 통과에 대한 우리 노동조합의 기본적 입장은 다음과 같다.
1-1. 강사법 예산 통과에 대해 매우 부족한 금액이지만 한 발짝 전진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바이다.
1-2. 상당히 미흡한 수준의 지원이기는 하지만 사립대 강사에 대한 지원 근거가 마련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1-3. 일부 금액이긴 하지만 ‘방학 중 임금’이 법률만이 아니라 정부 예산에 포함되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2-1. 강사법 관련 예산이 국회 교육위에서 합의한 것보다 훨씬 적은 금액으로 확정된 것에 대해 매우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 밀실야합 한 국회 거대정당들과, 끝까지 수 만 명의 비정규교수를 사지에서 구하기를 사실상 거부한 기획재정부에 대해 우리는 냉정하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2-2. 방학 중 임금 이외의 어떤 항목도 예산에 추가되지 못한 점은 하루빨리 넘어서야 할 한계이다.
2-3. 방학 중 임금으로 배정된 예산액(약 288억 원)은 코끼리 비스킷 수준에 불과하다. 가뜩이나 저임금 불안정노동에 시달리는 7만6천 명의 시간강사들에게 이 돈을 나누어주면 1인당 평균 약 38만 원 밖에 안 된다. 이번 예산안이 반년 치라고 본다면 1년으로 잡아도 연 76만원, 방학 기간 4개월로 나누면 방학 기간 중 월 19만원 도 되지 않는다. 이 예산을 설계하고 결정한 관계자들은 이 금액을 두고 감히 임금이라 부를 수 있는지 자문하고 강사법이 2019년 8월1일 시행이니만큼 예비비와 추경을 활용하여 즉각적인 예산 추가 확보 작업을 하기 바란다. 우리는 거지가 아니다.
2-4. 방학 중 임금의 산출 근거도 박약하다. 방학이 4개월인데 한 달 치만 계산한 것은 전임교원에 비해 명백히 차별한 것이며 논리적 타당성도 획득하기 어렵다. 법률로 방학 중 임금을 지급한다고 해 놓고 무급 방학 기간을 훨씬 길게 책정한 것은 입법취지를 정면으로 어긴 것이다. 이 역시 즉각 예비비와 추경을 통해 바로 잡아야 한다. 아울러 4개월의 방학 중 임금을 적절한 수준에서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3. 대학들은 또 돈이 적다고 아우성을 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대학들, 재단과 보직교수들과 침묵하는 다수 정규교수들에게 묻고 싶다. 아귀가 되어버린 대학들이여, 얼마의 돈을 더 퍼 주어야 너희들의 성에 찰 것인가? 연간 3천 억 원이 넘게 들어간다고 요란을 떨던 대학들이여, 너희들은 이번 강사법 시행 예산 기준으로 연간 얼마의 재정적 부담을 더 하면 되는가? 5천 만 원이면 되는가? 5억 원이면 되는가? 그 돈이 정규교수 명절 휴가비(떡값)의 1/10 수준이라도 되는가? 우리는 강사법으로 인한 재정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모든 대학들의 세부결산자료(두루뭉슬하게 큰 항목 단위로만 공개된 결산자료가 아니라 세세목과 세부내용까지 적시된 자료)를 만천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 국민들이 보면 누구 말이 옳은지 알 것이다.
4. 대학들은 또 다시 강사법 핑계를 대며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구조조정의 길로 갈 가능성이 높다. 이제 청와대와 교육부가 그동안 똑바로 하지 않았던 일을 제대로 할 때이다. 그동안 투여한 사립대 대학재정 지출에 대해 철저히 감사하라. 비리가 발견되는 곳은 그 책임자와 재단을 철저히 처벌하라. 강사고용유지를 하지 않으면서 강좌 축소와 전임교원 강의시수 확대 등 대학과 대학원의 교육·학문 환경을 파괴하는 대학들에 대해 재정지원을 중단하라. 학생과 대학원생과 강사를 인질로 하여 탐욕적인 행태를 자행하고 있는 모든 대학 재단과 그 주구들에 대하여 가능한 모든 방법을 활용하여 통렬하게 징치(懲治) 하라!
5-1. 언론에 요구한다. 지금까지 약 2개월 간 수많은 신문과 방송에서 잘못된 기사를 쏟아 내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새로운 강사법이 한 대학에서 1주일에 9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에게만 교원지위를 부여하는 것처럼 보도한 것이다. 우리가 수차례 정정 보도를 요구하였지만 이 내용을 최초로 유포한 통신사는 아주 오랫동안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았고 많은 곳에서 이 내용을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은 채(때로는 지적을 해 주었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오보를 확대재생산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우리나라 언론 수준에 대해 매우 깊은 우려를 하게 되었다. 앞으로 팩트 조차 확인하지 않는 구태가 반복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특히, '한 대학에서 6시간 이하 강의 원칙'에 대해서 ‘이하’를 읽지 못하는 ‘난독증’을 보이지 않길 기대한다. 3시간을 강의하든 6시간을 강의하든 모두 강사이고 교원이다. 6시간에 짜 맞추어 강의를 꼭 배정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5-2. 정론직필은 대단히 중요하다. 팩트에 기초해 기사를 작성하되 양비양시론의 함정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 선후관계를 분명히 확인해 주기 바란다. 강사법이 문제가 아니라 강사법을 핑계로 한 대학의 자해적 구조조정 행태가 문제이다. 대학에 돈이 없어 이 사단이 벌어지는 게 아니라 강사법을 이행하기 싫으니까 대학들이 횡포를 부리는 것이다. 즉, 대학이 반칙을 하고 있는 것이 핵심이다. 강사법 시행으로 인해 대학이 자동으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여러 차례 발표되었듯이 정규교수 몇 명의 임금 수준도 되지 않을 수 있다. 설령 더 든다 하더라도 대학 전체 인건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하다. 대학 측은 재정위기라고 우기는데 그 위기는 강사 인건비로 인한 게 아니다. 훨씬 더 많은 고정비용이 들어가는 고액 임금자들의 존재와 방만한 대학운영과 투기 실패로 인한 후과가 핵심 원인이다. 적립금이 많은 사립대조차 재정 위기 운운하는 게 말이 된다고 보는가? 수도권 편중 현상이 극심한 작금의 상황에서 주요 사립대들이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재정위기를 크게 겪을 거라 보는가?
5-3. 다수 언론들에게 묻고 싶다. 마치 강사법 자체가 대량해고를 유발하는 법인양 매도하고, 대학이 재정위기가 있으니 조금이라도 임금을 인상하는 요인이 발생하면 대량해고를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하는 합당한 근거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진짜 원인은 따로 있는데, 본질은 다른 데 있는데, 오로지 강사법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던져 놓고 경쟁하듯 기사화하여 판매하는 ‘경마장식 보도’와 ‘옐로우 저널리즘’이 대학교육의 정상화와 문제해결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아무리 언론이 자본과 가진 자의 이데올로기적 기구로 전락했다하더라도 이번 강사법 관련 언론 보도를 보면서 정말 해도 너무 한 것 아닌가 우리는 항의하지 않을 수 없다.
6. 전임교원과 강사에게 바란다.
‘돈에 환장해 미친 짓을 겁도 없이 자행하고 있는’ 대학에 저항하라. 대학 재단들과 총장 측이 잘못 사용하고 있는 재정실태를 분석하고 폭로하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서명을 전개하라. 학교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의견을 조직하라. 학생, 대학원생, 노동단체, 민주단체들과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언론(학보사 포함 전 언론)사와 학술지에 기고하라. 학내에 현수막을 걸어라. 1인 시위를 하고 본부에 항의방문 하라. 학부생과 대학원생과 함께 대학이 이래도 좋은지, 이게 대학인지 진지하게 토론하라. 거리로 나서라. 광장에서의 판 만들기는 우리가 실무적으로 앞장서서 마련하겠다. 대학 안에서의 활동이 부담되고 힘들더라도 학내에서 먼저 싸워야 한다. 그러면서 광장으로도 이 문제를 끌고 가야 한다. 대신 싸워줄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가 침묵하면 결국 최대 피해자는 우리가 된다. 본인의 현재와 모두의 미래를 위해 권리 찾기에 스스로 나서라.
7. 이제 강사법도 통과되었고 예산안도 확정되었다. 우리는 교육부가 다음 사항을 시급히 이행할 것을 요구한다.
첫째, 12월20일 전까지 <강사법 시행령TF>와 <가칭 강사제도운영규정팀>을 구성하라. 사회적 논란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논쟁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존에 합의된 내용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전에 합의된 추가 논의 사항 2~3가지와 극소수의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꼭 있어야 한다면 합의하에 진행하여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 활동이 종료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교육부는 방송사들과 협의하여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방송토론회'를 2~3차례 이상 개최해 주었으면 한다. 이를 통해 잘못 알려진 사실 돤계를 바로잡고 강사법의 취지와 그것이 가진 대학교육 정상화와 고등교육 혁신 및 인권과 노동권 그리고 교육권의 의미를 짚어 내었으면 하낟. 방송토론회는 잘못된 방식의 대학구조조정을 예방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에서 합의한 것처럼 위 <시행령TF>나 <운영규정팀> 등에 공신력 있는 비정규교수단체(대학원생대표 포함) 대표들의 참여와 권한 보장을 대학들과 동등한 비율로 보장하라. 만약 대학들에게 유리하도록 기울어진 운동장이 만들어진다면 우리는 교육부와 정부에 그 책임을 묻고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넷째, 대학재정지원사업, 대학에 대한 정부의 각종 지원에 강사법 성실 이행 여부를 중요 기준점으로 삼으라.
다섯째, 우리는 교육부가 대학들의 꼼수와 편법을 합법적으로 보장해주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않을 것이라 기대한다. 반칙하는 대학에 굴복하지 않도록,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지 않도록 교육부는 앞으로도 합의정신과 신의를 지켜 달라.
2018년 12월9일
강사를 위한 법을 핑계로 하여 강사 대량 학살에 나서고 있는 대학들을 규탄하며,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