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광 위원장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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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11-19 11:48 조회3,555회 댓글0건본문
이제 쌓인 낙엽을 밟는 걸 넘어 빙판 길을 조심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조합원 여러분, 겨울 맞은 채비는 단단히 하고들 계신가요?
12월이 다가오면서 그동안 우리가 싸워온 결실도 맺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2011년 유예된 강사법의 독소조항을 상당수 제거하고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의 내용도 조금은 담은 2018년 개선 강사법과 관련 예산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목전에 와 있습니다.
10월10일 이찬열 의원(국회 교육위원장)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되어 11월12일 국회 교육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개선 강사법(고등교육법일부개정법률안)은 11월15일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 이제 국회 예산결산위원회가 국회 교육위에서 논의된 강사법 관련 예산(특히 방학중임금, 강의역량강화사업비)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배정할 것인가와 국회 법제사법심사위원회가 교육위에서 통과된 원안에 손을 댈 것인지에 대한 변수 정도만 남아 있습니다. 이변이 없는 한 올해 안으로 예산이 포함된 2018년 개선 강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2019년 8월1일부터 시행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자리에서 다 말씀을 드릴 순 없지만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사용자들과 그들의 동맹세력으로부터 강사법의 제정과 개선을 막기 위한 숱한 방해가 있어 왔습니다. 반칙과 몰상식이 판을 치지 않는 그런 세상에서 언제쯤 살 수 있을는지 분노와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강사 대량해고라는 위협을 가하면서 기괴한 교육과정 운영을 획책하는 모습을 볼 때면 대학이 죽은 정도가 아니라 썩은 내가 진동하는 시궁창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조합원 여러분, 개선 강사법에 죄가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학의 행태가 문제입니다. 제도적 타살이 아니라 악의에 의한 대량학살이 문제입니다. 노조가 문제가 아니라 재단과 권력을 쥔 일부 전임교원이 문제입니다.
저들은 대학에 돈이 없어 대량해고 위협을 가하는 것이 아닙니다. 연착륙하는 과정에서 강사법 소요 재정은 언론에 나온 것보다 훨씬 적게 듭니다. 더욱이 강사법 소요 재정 상당수는 정부가 부담하려고 하고도 있습니다. 하지만 돈이 별로 안 들어도 대학들은, 강좌 수 축소를 통한 강사 수 줄이기와 전임교원 노동 강도 강화를 위해 자기 파괴적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전임교원 상당수는 혹시나 지금까지 누려 온 자기 몫이 줄어들까봐 잘 나서지도 않는 것이구요.
대학들이 10월 하순부터 속속 구조조정 계획을 짜서 발표하고 있습니다. 방향은 분명해 보입니다. 교육과정 개편을 통한 강사 담당 강의시수 줄이기와 강사 수 축소가 핵심입니다. 학문의 가치도, 교육의 가치도, 학생의 수업 선택권도, 고등교육의 질 향상도, 강사의 인권도, 강사와 전임교원의 노동권도, 학문후속세대의 미래도 모두 기업처럼 운영되며 비용절감과 축적에 혈안이 되어 있는 재단과 기득권동맹의 비호 아래 무시되고 있습니다. 자기 증식하는 자본이라는 괴물은 강사와 학생들의 피와 땀을 먹고 꾸역꾸역 거대해져 이제는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까지 성장한 듯합니다.
개선 강사법이 다시 이 괴물을 깨웠을까요?
개선 강사법을 시행하지 않으면 이와 같은 조치가 일어나지 않을까요?
공개채용을 하지 않으면, 3년 재임용절차를 보장하지 않으면 나는, 또 다른 나는 계속 강의할 수 있을까요?
답은 부정적입니다. 우리의 고용은 늘 불안정했었고 연락 한 번 안 오면 잘리기 일쑤였습니다. 구조조정은 수십 년에 걸쳐 여러 가지 모습으로 늘 나타났고 현재와 같은 재원구조와 대학운영시스템 하에서는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교수직의 비정규직화와 비정규교원 천대는 지금의 대학구조를 그대로 두면 피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조합원 여러분,
우리가 할 일은 정해져 있습니다.
대학에서부터 저항을 조직합시다. 저들의 구조조정 책동을 초반부터 저지하고 비정규교수 권리 보장과 일자리 확보 및 교육환경개선을 이루어냅시다. 단협으로 쟁취합시다. 우리의 의지를 모아 민주노총 총파업 날에 맞추어 11월21일(수) 하루 휴강을 합시다.
12월에는 더 큰 단체행동을 준비합시다. 방학 때 대학이 우리의 뒤통수를 치지 못하게 선제적으로 투쟁하며 대응합시다. 연대 틀을 구성해서 함께 합시다. 이미 수많은 대학원생들과 학부생모임이 교육연구환경 파괴에 맞서 행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뜻있는 전임교원들과 직원들도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대학에서 그 연대 틀을 만들어냅시다. 그 모범을 전국에 전파하여 지금 패닉 상태에 빠져 있거나 체념하거나 침묵하고 있는 다수 정규/비정규교수들을 노조로 조직하고 함께 실천합시다.
이번 한교조 임원 선거는 격동기의 지도부를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절차입니다, 저는 건강 등 여러 사정상 올해 2월 본조 정기대의원대회 때부터 이번 위원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습니다. 그동안 부족했던 점에 대한 비판과 비난은 제가 대부분 지고 가겠습니다. 새로운 임원진이 잘 구성되어 더 나은 조직을 만들고 더 나은 대학과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조합원 여러분께서 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 참여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12월에 다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까지 강사들의 피해가 거의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더 많은 권리와 처우개선을 쟁취하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함께 투쟁하시면서 한교조를 널리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더 큰 조직을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18년 11월18일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 임순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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