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강사 고용안정 대책마련, 처우개선 예산확대 촉구 무기한 농성돌입 기자회견(20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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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3-20 11:35 조회2,215회 댓글0건본문
강사의 고용을 보장하라
모두들 4차산업혁명을 이야기한다. 빅데이터와 AI 기술의 발달이 혁명일지조차 미심쩍은 상황에서 초등학교에서는 코딩교육을 의무화했다. 현재 코딩 자격증을 가진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인공지능기술이 발달할수록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분석적 능력이 중요한데, 그 능력은 망치질을 익히는 문제가 아니다. 코딩이라는 분야를 통해 문제 인식과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지만 사고력 교육이 중심에 서지 않으면 그들 대다수는 하층 노동자가 될 것이다. BTS와 오징어게임을 보유한 한국이 10년 뒤에는 컨텐츠가 고갈될 것을 염려하여 코딩 기술을 가르치기로 한 것일까? 그동안 노동을 천시하던 사회에 대한 통렬한 반성에서 나온 교육의 대전환일까? 우리는 노동자이고, 모든 노동자는 노동을 통해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은 그저 밥벌이의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한 인간의 존엄이 깃들어 있다. 4차산업혁명이란 말에 혹하여 기술교육에 초점을 맞출 경우 그 교육정책은 모두를 불행하게 할 것이다.
산림청은 숲의 황폐화와 산불의 확산을 막기 위해 ‘숲 가꾸기’를 해 왔는데,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숲 가꾸기를 하지 않는 국립공원에는 왜 대형 산불이 발생하지 않는가고 묻는다. 숲 가꾸기는 소나무는 남기고 참나무 등을 베어내는 것인데 그대로 두면 낙엽활엽수림이나 혼효림이 될 숲을 소나무림으로 만들었고 그 결과가 대형산불이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의 설득력은 더 따져봐야 할 문제지만 홍석환 교수의 다음 말은 뼈아프다. “산불이 꺼지고 국민 관심이 사라지면, 또 산림청은 산불 예방을 위해 숲 가꾸기 예산 증액을 주장할 것이다. 재난에 따른 요청이니 아무런 비판이나 검토 없이 증액되고, 그렇게 우리 숲은 더욱 빠르게 망가질 것이다. 산불은 이후에도 끊이지 않겠지만 언론은 ‘기후 변화’나 이른 봄의 연례 이슈로 소비할 뿐, 잘못된 정책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와 국회와 언론의 행태를 이보다 더 적실하게 표현할 수가 없다. 세상이 금방이라도 바뀔 듯이 요란하지만 시끄럽기만 할 뿐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무릇 한 나라의 정책은 세심해야 한다. 교육부는 대학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전임교원강의담당비율을 만들었지만 실패했다. 대학은 전임교원을 더 뽑기보다는 비전임교원의 강의담당비율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애꿎은 강사들만 대학을 떠났다. 교육부가 전임교원확보율을 들고나오자 대학은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라는 기상천외한 교원을 양산하였다. 애꿎은 강사들이 또 대학을 떠났고, 전임교원 안에서도 정년트랙과 비정년트랙으로 새로운 위계가 만들어졌다. 강사를 교원으로 만들자 대학들은 겸·초빙교원과 기타교원을 확대하였다. 대학의 학문생태계는 무너졌고, 그렇게 대학은 망가졌다. 대학들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등록금은 동결되고, 학령인구는 감소하고, 수도권 집중은 심화되어 수도권 대학은 수도권 대학대로, 지방대는 지방대대로 위기에 내몰렸다는 것이다.
대학을 설립하고 운영하려면 여러 조건들을 갖춰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교수의 확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을 설립하고 운영하기 위해서 필요한 전임교원을 정해 두었다. 2021년 일반대학의 전임교원확보율이 87%이다. 상당히 높아 보일 수도 있는데, 저 규정에 따르면 인문사회계열은 학생 25명당 한 명, 의학계열은 학생 8명당 한 명의 교수를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도 그마저도 100% 이상을 채우고 있는 곳은 277%인 의학계열뿐이다. 그러니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초등학교는 14.2명, 중학교 11.8명, 고등학교 10.1명인데, 대학은 30.5명으로 처참한 수준이 되는 것이다. OECD 평균은 15명이다. 대학설립·운영 규정을 따르면 의학계열을 제외하고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 하루아침에 전임교원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강사를 폭넓게 임용해야 한다. 겸·초빙과 달리 강사는 학문후속세대이고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원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전공을 가진 강사를 두텁게 채용하여 그들이 현재의 불충분을 메우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들에 의해 대학의 교육과 연구는 다양해질 것이고, 학문생태계는 지속될 것이다.
대학이 위기에 처한 이 시기에 어떤 대학이 살아남을지를 보려면 그 대학에 강사가 얼마나 있는가를 보면 된다. 지방사립대에는 강사가 거의 없다. 강사들이 담당하던 강좌는 전임교원들의 초과노동으로 버티고 있다. 이들 대학은 연구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 지방사립대는 인문사회학과의 전임교원들을 더 이상 충원하지 않으며, 학과는 사라지고 있고, 조만간 없어질 것이다. 그럼으로써 지역의 인문사회학도 함께 사라지고 있다. 대학만 몰락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삶도 함께 몰락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임교원 최대시수제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 지방대의 전임교원들이 교육과 연구에 몰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전임교원들과 강사교원들의 교육과 연구가 살아날 때 비로소 그 지역의 학문과 삶이 지속 가능하게 될 것이다.
근대 시민의 등장과 함께 만민 평등이 선언되었다. 왕의 타자였던 신민이 시민적 주체가 된 것이다. 남자의 타자였던 여성, 인간의 타자였던 동물까지, 심지어 생명의 타자였던 물질까지 주체의 자리를 획득했고, 우리는 ‘평평한 존재론’의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 시대의 위기는 평등한 주체들이 모여 극복하는 것이다. 근대 대학은 평평한 존재론이 발원한 곳이다. 대학은 공동체에서 출발했으니 대학 구성원 모두는 처음부터 주체로 만났던 것이다. 우리 시대 대학의 위기는 평등한 주체들이 만나 머리를 맞대야 극복할 수 있다. 대학 강사는 대학의 타자가 아니다. 위기에서 빛과 소금이 될 주체이다. 강사 고용 확대하라.
[우리의 요구]
-교육부는 강사 고용 안정을 위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라!
-교육부는 대학별 공채 규모 파악하고 강사 고용 안정 대책 수립하라!
-대학강사 처우개선 예산 안정적 확보 방안 마련하라!
-전임교원 최대시수제 도입하고 무분별한 대형 강좌 개설 제한하라!
-22주 방학에 4주 임금? 대학강사 방학 중 임금 전면 확대하라!
2022년 3월 17일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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