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사제도 개혁을 위한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20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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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11-20 23:58 조회1,654회 댓글0건본문
“다시 3년을 기다렸다. 더 이상 강사를 벼랑 끝으로 내몰지 말라”
- 대학 강사제도 개혁을 위한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 -
수십 년을 기다리고 3년을 더 참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2019년 8월 개정 고등교육법이 시행되었다. 이른바 ‘강사법’이다. 이 강사법으로 과거 6개월마다 위촉과 해촉을 반복하고, 오직 시간당 강의료만으로 교육연구노동의 대가를 지급했던 ‘시간강사’ 제도가 사라지고 ‘강사’ 제도가 시작되었다. 강사제도는 수십 년 동안 외면해왔던 대학 강사의 지위를 법적 교원으로 인정한 매우 의미 있는 전환점이었다. 강사의 임무를 ‘교육‧지도와 학문연구’로 분명하게 규정했으며, 1년 이상 임용과 2차례의 재임용 절차 보장, 방학 중 임금 지급을 명문화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강사들은 여전히 벼랑 끝에 서 있다.
대부분의 대학은 ‘방학 중 임금’을 겨우 한 학기에 2주분만 지급하고 있다. 나머지 방학 10주 동안의 연구 노동을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퇴직금도 마찬가지이다. 주 5시간 이상 강의를 담당하는 학기만 퇴직금으로 산정한다. 담당 교과목이 이론이든 실습이든, 토론수업이든 일대일 지도이든, 리포트를 피드백 하든 말든, 학생 상담을 하든 말든 무조건 강의실에 들어갔다 나오는 시간만 계산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나 대학은 강사가 수행하고 있는 교육연구노동의 특성을 잘 알 수밖에 없으면서도 잘 모르는 척하며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오히려 사립대 강사의 ‘민생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편성했던 <사립대 강사처우개선 사업비> 예산을 2023년 정부 예산에서 전액 삭감했다는 사실이다. 이 예산은 비록 <사업비>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는 있지만 고등교육의 절반을 감당하면서도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강의료 수입만으로 살아가는 대학강사들에게 방학 중 생계와 퇴직 후 노후를 최저 수준에서나마 보호하려고 했던 말 그대로 ‘민생’ 예산이다. 이 민생 예산은 대학이 적정 수준의 강좌와 수강 조건을 확보하도록 돕고, 강사는 그에 힘입어 학생들에게 학문과 직업 교육을 충실히 가르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정상화’ 예산이기도 하다.
이 예산이 삭감되면서 전국의 사립대학 특히 지방대학의 강사는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정부가 <사업비>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사립대학들은 강사를 줄였다.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강의시수를 5시수 미만으로 배정하기 시작했다. 강사를 아예 방학중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초빙교원으로 전환하는 기현상도 생겨났다. 특수교과를 담당하도록 설정한 초빙교원제도를 악용하는 것이다. 2023년부터 자체 예산으로 <사업비>를 충당해야 하는 사립대학들이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사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이 폐해는 단지 사립대학 강사들의 심각한 고용 불안정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된다. 수업은 해야 하지만 담당할 강사가 없으니 전임교원들에게 초과강의를 더 많이 맡기고, 줄어든 강좌 수에 맞추어 수강생을 늘리다 보니 교수에게나 학생에게나 교육환경은 점점 열악해지기 시작했다. 대학원도 비슷하다. 강사의 처우가 열악해지면서 대학원에서 강사로 이어지는 학문후속세대가 단절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고등교육은 점점 병들어가고 있고, 교육생태계는 비정상의 악순환으로 신음하고 있다. 지방의 대학은 이제 완전히 말라비틀어져 숨조차도 쉴 수 없는 지경으로 전락했다. 대학은 이제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대학강사들이 절망하고 있다. 고등교육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 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올해 9월, 대학 강사제도가 지난 3년 동안 대학에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실태를 조사했다. 현장의 목소리는 처참했다.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강사들의 삶은 망가질 대로 망가지고 있었다. 국립대와 사립대 강사의 임금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전히 차 안에서 강의를 준비하고, 도서관의 빈 자리를 전전하며 연구를 수행한다. 강사법이 시행되면서 교원은 되었는데, 강의가 사라지는 일이 수시로 일어났다. 강사는 빈 껍데기 교원이라며 탄식하고 있었다.
<강사제도 운영실태 조사>(일부)
○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본적인 생활 유지가 안 된다. 너무 괴롭다. ○ 형식상 아닌 실제 교원으로서 대우하라. ○ 연구를 제대로 하고 싶다, 연구비를 지급하라. 연구실을 제공하라. ○ 대학은 왜 사람을 쓰면서 퇴직금도 안 주고 직장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나. ○ 국립대 강의료는 시간당 95,000원, 사립대는 55,000원. 너무 격차가 심하다. ○ 돈 아끼려고 강좌 줄이고 대형강의에다가 학생 졸업시수까지 줄이고 있다. ○ 공채는 되었는데, “학과 사정상 강의 없음”이란다. 강의는 없는데 실업자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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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대학은 강사법 합의 정신을 망각하지 말라
강사법은 강사를 단지 ‘시간강의’만 하는 존재로만 간주했던 고등교육의 부조리를 바로잡기 위해 제정되었다. 차별과 불평등으로 점철되었던 강사들의 교육연구노동을 바로 세우기 위해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강사법에는 교육연구의 존엄성을 죽음으로 항거할 수밖에 없었던 대학 강사의 아픔이 녹아 있다. 이 강사법의 정신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오죽하면 국회의원들조차 지금의 대학강사제도를 ‘후진국보다 못한’ 제도라고 탄식하고 있겠는가.
고등교육 진흥은 국가의 몫이다. 나라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미래를 가꾸어가는, 고등교육 담당자인 대학강사의 삶이 위태로우면 고등교육이 망가지고 나라의 미래도 암담해진다. 대학강사의 교육과 연구 활동을 보장하고 보호하는 것은 당장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더라도 국가의 존속과 인류 문명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므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시장의 논리나 법칙이 고등교육 안으로 스며들지 못하게 국가가 나서야 한다. 시장에 맡겨두겠다는 것은 국가의 교육정책을 운영할 능력이 없다는 고백일 뿐이다. 정부와 대학은 교육공공성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이렇게는 살 수 없다. 우리가 나설 수밖에 없다
우리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강사법 시행 3년 동안 교육부와 대학이 대학강사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촉구해왔다. 고등교육의 생태계가 더 이상 무너지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해왔다. 사립대학이 더 이상 재정을 빌미로 대학 교육과정을 제멋대로 뜯어고치고, 강사를 줄이기 위해 강좌를 없애거나 대형 강의로 바꾸는 일이 없도록 교육부가 제대로 지휘감독하기를 요청해왔다. 이런저런 현장의 목소리를 수도 없이 전달했다. 교육부 앞에서 그리고 국회 앞에서 천막노숙농성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지부동이다. 교육부의 시계는 방학중임금 4주분에 멈춰 있다. 불합리한 퇴직금 지급을 개선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오직 학령인구 감소, 대학 자율이라는 주문을 욀 뿐이다. 이제는 심지어 대통령까지 나서서 교육부가 ‘교육서비스산업부’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시장논리를 무차별적으로 내뱉고 있다. 정부와 대학은 대학강사들을 벼랑 끝에서 허공으로 내몰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가 바꿀 것이다. 우리가 이 허물어지는 교육생태계를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이다. 우리 비정규교수들이 나서서 차별과 불평등의 대학을 민주평등 대학을 만들 것이다. 총력투쟁의 깃발을 높이 들었다. 대학교육과 강사제도 개혁의 길로 다 함께 나서자. 투쟁!
- 우리의 요구 -
1. <사립대 강사처우개선 사업비>는 민생 예산이다. 즉각 복원하라!
2. <사립대 강사처우개선 사업비>는 교육정상화 예산이다. 즉각 복원하라!
3. 대학 강사는 교원이다. 강사 참정권 보장하라!
4. 대학강사는 교원이다. 직장건강보험 적용하라!
5. 방학은 22주다. 방학중 임금 전면 확대하라!
6. 퇴직금 차별하지 말라. 모든 강사에게 퇴직금 지급하라!
7. 대학 강사에게 연구실을 제공하라, 연구비를 전면 지급하라!
2022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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