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 대학 강사 해고 부를 ‘강사법’…무엇이 문제인가 - 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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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9-14 13:14 조회5,188회 댓글0건본문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 인터뷰
2017.09.12 김한주 기자
지난달 23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한교조)이 세종시 교육부 앞에서 ‘시간강사법(고등교육법 제14조 제2항, 제14조의2)’ 폐기와 ‘정부 책임형 비정규교수 종합대책 수립’을 위해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2018년 1월 1일 시행될 시간강사법이 대규모 해고를 부른다는 이유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한교조에 ‘시간강사 문제에 공감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왔지만, 최종 공약에 시간강사 대책은 없었고, 과거 비정규 교수 운동에 연대했던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농성에도 묵묵부답이다. 시간강사법을 왜 폐기해야 하는지 한교조 임순광 위원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비정규 교수 4만 명 해고 위기
시간강사법으로 인한 대량 해고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일단 강사법 취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강사법은 강사가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으니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고용을 안정하자는 것이 취지다. 하지만 지금 강사법이 시행되면 입법 취지와 상반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첫째, 강사법은 강사의 처우를 개선한다는 취지로 제안됐지만 이와 관련된 내용도, 예산도 없다. 둘째, 대학이 재량으로 강사법을 적용해 3만 명에 가까운 강사를 해고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강사에 교원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제한된 형태다. 대학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오히려 전체 교원의 비정규직화를 초래한다. 우리는 내년부터 시행될 강사법을 대표적인 교육 적폐로 보고 반대하고 있다.
자세히 얘기하면, 강사법으로 강사가 교원이 되면 ‘교원의 책임시수(1주 9시간)’를 적용받는다. 강사들이 반드시 1주일에 9시간 이상 강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 한 대학에서 9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는 거의 없다. 대부분 한두 가지의 과목을 맡아 1주 5~6시간의 강의를 한다. 9시간 책임시수도 여러 대학이 아닌 한 대학에서만 9시간 이상 강의해야 인정받는다. 이렇게 되면, 소수에게 강의를 몰아주고 나머지는 대량 해고된다. 일부 비정규직이 너무 열악하니 돈을 더 주려고 다른 비정규직을 자르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강사법은 과거 국회에서 세 번이나 유예됐다.
2차적인 해고 사태도 예상된다. 예컨대, 한 강사가 강사법에 따라 A대학교에서 9시간 강의해서 교원 지위의 강사가 된다고 해보자. 하지만 B대학교를 가면 그 사람은 강사가 아니다. A대학교에 있을 때만 강사인 것이다. B대학교는 이 강사에게 시급을 줘도 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모든 대학이 가급적 자기 강사는 줄이고 다른 대학 강사를 초빙할 것이다. 전체 강사 약 6만 명 중 책임시수에 따른 1차 대량해고로 약 3만 명이, 2차 대량해고로 약 1만 명이 쫓겨날 것이다. 총 60~70% 강사가 사라지게 된다.
소수 강사에 강의를 몰아준다면, 그들은 고용안정을 이룰 수 있나?
그렇지 않다. 일단, 소수를 위해 다수를 해고하는 건 자가당착이다. 그리고 강사법은 고용안정은커녕 1년짜리 비정규직을 양산한다. 강사법 제14조의2는 “임용기간은 1년 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정한다. 지난 수십 년간 강사 계약기간은 6개월 단위였다. 최근 들어 퇴직금을 받을 기회를 박탈하려고 사립대를 중심으로 계약기간을 4개월로 단축해버린 경우도 많다. 하지만 임용기간이 1년 이상으로 늘었다고 하더라도 대학은 1년 계약을 해놓고 필요할 때 연장하면 그만인 것이다. 미리 2~3년씩 계약할 이유가 없다. 너무 짧은 계약기간은 강의 준비와 연구 계획의 걸림돌이다. 1회당 계약기간이 더 길어져야 한다.
“비정규교수, 정규교수, 학생까지도 피해볼 것”
강사법이 통과되면, 기존 전임교원들에게 가는 피해는 없나?
전임교원들이 강의를 더 많이 담당하게 된다. 강사법이 통과되면 대학은 비용 절감을 꾀해 강사를 줄이고, 전임교원에게 강의를 넘기게 된다. 최근 대학이 전임교원에게 강의 담당률을 50%에서 80%까지 높이고 있는데 이 맥락이 강사법 논리와 상통한다. 자동차 생산 공장을 보면,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정규직에 잔업수당을 챙겨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학교가 강사를 줄이면, 전임교원은 비전문분야 강의를 하게 된다. 자신이 모르는 분야의 강의를 어떻게 하겠나. 학생들에게 교재 외우라는 식의 수업밖에 못 한다. 고등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학생까지 피해를 보는 것이다. 게다가 학교가 강의 수를 줄이면 학생은 수업 선택권을 박탈당하고, 학문 다양성이 파괴된다. 강사법으로 얻는 건 없는데 잃는 게 너무 많다.
노조는 시간강사법 폐기와 함께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제도’, 대학평가지표 문제도 지적하고 있는데.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제도는 2003년 연세대가 처음 도입하고, 2004년부터 급격히 확산된 교수 계약제의 한 형태다. 도입 당시에는 1~3년 단기계약으로 임용한 뒤 재임용(재계약)을 1~3회로 제한해 임기가 만료되면 당연 퇴직하는 시한부 단기 임용제도였다. 2012년 대법원이 ‘사립학교법상 재임용 심사절차 없이 내린 면직 처분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후 일부 대학은 명칭을 ‘전담트랙’, ‘특성화트랙’ 등으로 변경했지만, 명칭이 무엇이든 규정상 이들은 정년트랙 교원으로 전환될 수 없고, 현저히 낮은 급여에 승진에도 제한을 받는다. 김태년 의원실(2015년)에 따르면, 전국 78개 4년제 대학에서 2011년 2,179명이던 비정년트랙 교원은 2015년 4,379명으로 2배 증가했다.
대학평가지표도 비정규 교수의 운명을 사회적 타살로 내몰고 있다. 곧 2주기 대학평가가 시행된다. 대학구조조정을 위한 대학평가지표에 전임교원확보율, 전임교원강의담당비율 항목이 생기고 시간강사 일자리는 2만 개 이상 사라졌다. 시간강사법이 시행될 경우 최소 4만 명 이상이 더 해고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대학구조개혁법이 통과되면 한신대 규모의 대학이 10년 동안 100개 정도 사라지므로 비정규교수 또한 그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강사법 폐지를 주장한다면, 비정규 교원의 생존권은 어떻게 보장돼야 하나?
‘정부 책임형 비정규 교수 종합대책’을 실시하고, 국회에 특위를 설치해야 한다. 비정규 교수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법안을 만든다는 전제 아래, 처우개선, 직장건강보험 적용, 퇴직금 지급, 의사결정권, 강좌 개설 신청권 등 종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각종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제도를 폐지하고, 연구강의교수제도로 통합해야 한다. 재계약과 보수 기준 등을 대학에 맡기는 것이 아닌, 법률(연구강의교수제도)로 생활임금과 고용안정을 보장해야 한다.
최근 강사법 관련해서 투쟁하고 있는 대학이 있는가?
비정규교수노조 조선대분회가 지난 6월부터 파업하고 있다. 조선대분회 투쟁의 본질은 사측의 반노조주의와 비정규 교수에 대한 차별이다. 2017년도 아니고 2016년 임단협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학교 측은 교섭에서 여전히 임금동결안을 주장하고 있다. 학교는 교원 호봉을 승급하고, 직원 임금도 3% 인상하는데, 유독 비정규교수노조에만큼은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인간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싸울 수밖에 없다.
[출처: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
문 대통령, 노정교섭 약속 파기하나
정권이 바뀌었는데, 비정규교수 대책은 진전이 없나?
무이이야(無以異也)다. 정권이 바뀌었어도 대학 내 극단적 차별은 여전하다. 김상곤 장관도 강사법 문제를 모두 알고 있다. 그런데 여야 합의로 통과한 법안이라는 이유로 세 차례 유예만 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2012년 민주당 유기홍 의원, 2013년 민주당 윤관석, 2015년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이 강사법 시행 직전 유예안을 낸 바 있다. 수년간 교육부는 국회에, 국회는 교육부에, 여당은 야당에 ‘폭탄 돌리기’를 하는 꼴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노조가 이번 대선 시기 문재인 캠프에 질의서를 보내 “문제에 공감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최종공약집엔 비정규 교수 대책이 빠졌다. 우리는 교육부에 노정교섭 요구 공문을 보냈으나 제대로 된 답변도 오지 않았다. 노정교섭은 문재인 정권이 민주노총에 약속한 것이기도 하다.
비정규교수노조의 향후 투쟁 방향은?
농성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10월엔 국정감사에 대응하는 투쟁을 고민하고 있다. 국감 이후엔 청와대 투쟁 거점도 염두에 두고 있다. 법과 예산 문제여서 교육부와 국회가 주요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도 대학노조와 민교협, 평등학부모회가 지지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연대도 확산되고 있어 집중 집회도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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