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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20일 전, ‘강사법’ 시간이 없다 - 교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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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12-11 16:50 조회5,3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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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행 20일 전, ‘강사법’ 시간이 없다

2015년 12월 11일                                                                      임순광 경북대 강사 

 

 

최근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여론의 동향을 살펴보면 강사법 시행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 <교수신문>이 지난 11월 실시한 ‘전국교수 의견조사’ 결과를 보면 시간강사 응답자의 93.9%가 현재의 강사법 시행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은 불과 3.6%에 불과했다.

 

대학 관계자(정규교수, 비정규교수, 보직교수, 교무처장협의회, 대교협, 국공립대총장협의회, 국·사립대 교수회단체)와 교육단체(전교조, 교총, 교수노조, 비정규교수노조, 민교협, 학술단체협의회, 학부모회 등) 대부분이 현재의 강사법에 반대하고 있다. 야당은 물론이고 심지어 이 법을 고안하고 밀어붙였던 교육부와 여당도 지금은 시행에 반대한다. 

 

당사자인 대학과 강사 대부분이 반대하고, 법을 만든 쪽도 반대하고, 진보와 보수 가리지 않고 이 법에 반대하고 있다.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다. 이처럼 구성원 절대 다수가 통합적 입장을 내고 있는 사안이 강사법 말고 또 있을까.

시간강사법의 입법취지 자체는 좋았다. 저임금과 고용불안으로 고통 받는 시간강사에게 교원으로서 법적 지위를 부여해 처우개선과 신분안정을 보장한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그 형식과 내용 등 모든 게 문제투성이였다. 강사를 교원에 포함시킨 것까진 괜찮았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 조항에 각종 차별사항들을 삽입한 탓에 ‘강사 차별법’이자 ‘저임금 비정규교수직 양산법’이 돼버렸다. 심지어 이 법에는 ‘재정추계’조차 없다. 처우개선과 권리보장은 대학보고 알아서 하라고 돼있다. 

 

강사를 쓰기 싫으면 겸임교수나 초빙교수 등을 써도 된다고 명시함으로써, 한 쪽의 문제가 다른 쪽으로 이전돼 실제로는 개선효과가 없는 풍선효과만 가득하다. 정작 중요한 고등교육재정 확보와 처우개선 가이드라인·지원체계가 빠져 있으니 시간강사들의 삶이 나아질 리 만무하다. 

 

역설적이게도, 시간강사 처우를 개선한다는 이 법의 발표 후 시간강사의 처지는 더 나빠졌다. 앞으로 시간강사법이 시행되면 일부 강사와 겸임·초빙교수에게 강의몰아주기가 진행돼 현재 남은 6만5천명의 시간강사 가운데 3만명 이상이 추가로 해고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이게 무슨 처우개선이고 신분보장인가.

 

시간강사법에 따른 강사는 1년 비정규직 저임금 시간제 교수이지만, 시행령과 각종 학칙에 따라 기존의 정규교수가 하던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하도록 강제받을 공산이 크다. 이러한 정규교수직의 비정규직화는 청년대학원생의 미래를 박탈하고, 대학원을 파괴하고, 고등교육의 질을 저하하고, 학문성숙의 가능성을 없애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래서 반대하는 사람이 절대다수인 것이다.

 

필자는 ‘시간강사법 先시행, 後독소조항 개선’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수많은 비정규교수가 대학에서 쫓겨나고 대학이 폐허가 된 뒤에, 실현가능성도 희박한 개선을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함을 넘어 ‘자해적 망상’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을 포기하자는 게 아니다. 

 

강사를 포함한 비정규교수들에게 어떠한 교원지위를 줄 것인지, 그에 수반되는 각종 제도적 장치와 재정적 지원책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 국민들과 소통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자는 것이다. 이 일은 문제의 주범인 교육부가 아니라 국회가 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일단 시간강사법을 폐기시킨 뒤 법률에 단서조항을 달아야 한다. 시간강사법의 핵심 입법취지(비정규교수에게도 교원지위부여, 처우개선, 신분보장)를 출발점으로 삼아 20대 국회에서 곧바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고, 처우개선과 신분보장 관련 예산을 정부와 대학이 마련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OECD 평균 기준, 대학 ‘정규교수’ 지금의 2배 늘려야

현재의 시간강사법보다 올바른 대안은 오래전부터 제시돼 있다. ‘연구강의교수제’가 그것이다. 먼저 우리나라 교수 1인당 학생 수(학생 35명당 교수 1인)를 OECD 평균 수준(학생 15명당 교수 1인)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한다. 이렇게 하려면 현재의 정규교수 수를 2배 가까이 늘려야 한다. 학령인구가 아무리 줄어들어도 지금보다 정규교수 수를 더 늘리는 것이 고등교육 환경 개선에 바람직하다. 1억원 이상의 고임금을 주지 않아도 평생 학문탐구와 교육에 매진할 사람은 충분하다. 

 

다음으로 현재의 대학설립운영규정에 있는 법정전임교원확보율 100% 의무를 법률로 승격시켜 강제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굳이 정규교수가 될 필요가 없는 다양한 비정규교수들은 모두 연구강의교수로 통합 운영해야 한다. 그래야 편법과 풍선효과를 방지할 수 있다. 

 

연구강의교수제는 2~3년 단위로 평가를 통해 재임용하되,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자동재계약하는 제도다. 연구강의교수에게는 국민들이 용인할만한 수준의 생활임금과 연구조건을 지원한다. 아직 연구강의교수제 원안 그대로의 법안이 발의된 적은 없지만 몇 차례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된 적은 있다. 연구강의교수제는 현재의 대학교원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그렇기에 몇 달 만에 완벽한 대안을 만들기는 어려우므로 이번 19대 국회가 아니라 20대 국회에서 심도있게 다루는 게 현실적이다. 

 

이제 골든타임이 며칠 남지 않았다. 이 시간이 지나버리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국회의원들은 이번 총선에서 아무도 구하지 않은 세월호 선장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국회는 ‘시간강사법 폐기와 국회 상임위에 비정규교수대책기구 설치’ 법안발의부터 지금 바로 하길 바란다. 더 이상 배가 가라앉으면 사람들을 구조할 수 없다.

 

임순광 경북대 강사·사회학(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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