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강사법에 대한 오해와 진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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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11-23 11:11 조회3,95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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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2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 전 경북대 강사
강사법이 뜨거운 감자다.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강사법 시행일이 다가올 때면 마치 연례행사처럼 ‘대량해고’ 논란이 일었다. 이번에는 좀 더 노골적이다. 최저임금법 시행에 앞서 편의점주가 알바생을 해고했듯이, ‘시간강사 인원 감축 계획에 협조하라’는 말이 대학 공식 회의 석상에서 나왔다.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대량해고했던 사건에 비추어 ‘대학판 이랜드 사태’다. 대학은 편의점이나 공장이, 교수들은 편의점주나 회사의 중간관리자가 됐다.
2011년에 제정되어 시행이 4차례나 유예된 강사법은 제도적 타살을 불러오는 ‘프루크루테스의 침대’였다. 대학 현실에 맞지 않게 강사는 한 대학에서 9시간을 ‘책임시수’로 해야 하고, 강사법 관련 정부 재정지원도 전혀 없으며, 법 제정 과정도 당사자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올해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가 도출한 개정 강사법은 다르다. 강사·대학·국회 추천 전문가들이 교육부와 함께 수십차례 논의 끝에 합의안을 최초로 만들어 냈다. 방학 중 임금 등 처우개선도 명시됐고 재정지원도 교육부와 국회에서 적극 논의되고 있다. 책임시수 대신 한 대학 6시간 이하 원칙의 최대 강의시수제를 도입해 법령 때문에 대량해고가 일어날 일은 없게 만들었다. 강사법의 역설은 제도적인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학은 강사법을 핑계로 졸업 이수학점 축소, 대규모 강의 양산, 폐강기준 완화를 통해 전체 개설 강좌 수를 대폭 줄이고 전임교원이 담당하는 시수를 늘림으로써 강사의 대량해고 사태를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대학당국의 행동에는 크게 3가지 이유가 있어 보인다.
첫째, 예전처럼 싸게 부려먹고 버리는 시간강사제도 유지를 위해 강사법 시행을 저지하려는 전략이다. 일명 퇴행 또는 반동 전략이다. 둘째, 개정 강사법 시행을 막기 어려울 때를 대비해 강사 대량해고 위협을 하며 사립대까지 재정지원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일종의 랜섬게임(강사를 인질로 하여 몸값을 받아내려는 술수)이라 하겠다. 셋째, 개정 강사법 시행과 무관하게 그동안 해왔던 구조조정을 이번 혼란기에 대규모로 하겠다는 대학 기업화 전략이다. 전임교원의 노동 강도를 강화하고 경쟁을 격화시켜 인건비도 절감하고 교원 통제도 더 쉽게 하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같은 등록금을 내고도 교육서비스는 적게 받는 피해자가 된다.
개정 강사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 많은 경우 강사의 존재 특성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개정 강사법에 따른 강사의 존재 특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강사는 한 대학에 전속된 전임교원 또는 상근 교직원이 아니다. 둘째, 강사는 ‘비상근’ 교(직)원이며 여러 곳에 동시에 교원으로 소속될 수 있는 다중교원이다. 셋째, 강사직은 무기계약직이 아니다. 1년 이상 계약에 3년까지 재임용 ‘절차’를 보장할 뿐이다. 더욱이 퇴직, 이직, 전임교원화 등의 이유로 강사 변동 폭은 작지 않다. 넷째, 강사는 교육공무원이 아니고 전임교원도 아니므로 전임교원과 같은 채용절차(기초·전공 심사, 신원조회 등)를 다 밟을 필요가 없다. 강사의 공개 채용 방식은 강사풀 제도, 학문 후속세대 쿼터제 도입 등 매우 다양할 수 있다. 따라서 행정부담이 크다거나 학문 후속세대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과도하다.
강사의 고용 안정성 증진과 처우 개선을 통해 교육의 질을 향상하라고 했더니 대학은 거꾸로 강사를 해고하고 교육·연구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학생의 수업권을 박탈하고 대학원생의 미래를 짓밟는 자기파괴적 행동을 하고 있다. 개정 강사법이 문제가 아니라 대학이 문제다. 비판적 사유능력이 부족한 ‘무늬만 교수’들이 문제다. 개정 강사법은 즉각 시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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