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발전을 위해 연구하고 가르치는 나는, 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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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3-12-07 11:43 조회1,838회 댓글0건본문
국가 발전을 위해 연구하고 가르치는 나는, 강사입니다
[비정규교수의 위기, 대학과 학문의 위기] ②
강사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고민
2011년 3월 부경대학교에서 '경제학 개론' 과목을 통해 강사로서의 나의 삶이 시작되었다. 학생이 아니라 강사로서의 대학 생활은 기대와 걱정이 혼재된 감정으로 시작되었다. 내가 공부한 내용을 후배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다는 기대감과 즐거움은 나에게 지식을 전달해 주셨던 교수님들의 모습이 겹치며 걱정으로 변하였다. 과연 내가 그분들만큼 학생들에게 다양한 지식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혹은 어떻게 하면 좀 더 질 높은 강의를 진행할 수 있을까? 와 같은 고민이었다.
첫 강의를 시작한 후 1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났지만, 그 시기에 지니고 있던 고민은 여전히 중요한 부분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당시와 지금은 나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큰 차이점이 존재한다. 강사로서의 나는 노동자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찾았다.
강의 초기 나는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교수의 모습에 스스로를 맞추어 나갔다. 그리고 그것이 강사로 살아감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했다. 연구를 진행하고 수업을 준비해서 보다 양질의 강의를 진행하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입과 처우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바라보려 하지 않았다. 강의도 노동이다. 그럼에도 강의를 노동이라 보지 않았고, 그랬기에 노동의 정당한 대가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이다. 나의 전공이 경제학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노동자로서의 강사 그리고 불합리한 처우
지금의 나는 강사 또한 대학 교육에 필수적인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임을 받아들였다. 이것이 그동안 진행되었던 강사로서의 나의 노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양질의 교육은 양질의 노동력이며, 노동자로서 양질의 노동력 제공을 위한 노력은 사회적인 효용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단, 그동안 강사로서의 삶에 대한 고민이 강사의 의무에 집중됐다면, 지금은 대학 구성원으로서 강사의 권리에 대한 부분까지 확장되었다. 학생들에게 교수님이라 불리며, 내가 원하는 연구와 강의를 할 수 있다는 부분을 제외한 강사로서의 나의 모습은 어떠했는가?
국가는 사회구성원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를 운용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최저임금제이다. 2023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9,620원이며, 1년 기준 24,126,960원이다. 인간다운 삶이 유지를 위해 1년간 노동을 통해 최소한으로 벌어야 하는 기준인 것이다. 1년 단위 계약을 진행하는 강사들은 어떠한가? 현재의 법적 기준 하에서 전국 강사들의 수입은 대부분이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건강보험은 모든 국민이 적정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는 상황에서 과도한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공하는 제도이다. 위 언급했던 바와 같이 연간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입을 얻는 강사들은 대학이라는 직장이 있음에도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1개월 소정근로시간 60시간 미만이라는 이유이다. 법적으로 강사의 근로 시간을 제한한 상황에서 앞선 잣대를 강사에게 적용하는 것은 강사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든다.
직장에서 계속 근로한 기간이 1년 이상이 되는 시점에서 퇴직금이 발생한다. 퇴직금은 후불임금적 성격으로 노동자의 삶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제도이다. 현재 강사들 또한 대학과 1년 단위 계약 및 재임용을 통한 계약 연장을 진행한다. 그렇다면 강사들에게도 퇴직금이 지급되는 것이 옳지 않은가? 하지만 현재 대학들은 전체 강사가 아니라 일부 강사에게만 제한적으로 퇴직금을 지급한다. 같은 대학에서 강의를 진행했음에도 이러한 차이를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2019년 강사법 시행으로 강사들은 교원으로 인정받았다. 법적으로 대학 구성원이 된 것이다. 민주사회에서 참정권은 기본권이다.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는다면 기본적으로 얻게 되는 권리이며, 그렇기에 대한민국 국민은 다양한 투표권을 갖는다. 그렇다면 민주사회에서 가장 진보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대학은 어떠한가? 강사가 대학의 구성원이라면 대학 내 다양한 결정을 위한 투표권이 강사에게도 부여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실제 대학 내에서 강사의 처우는 법적 기준 및 사회적 통념과 달리한다. 대부분 대학에서 강사들은 대학 내 의사결정을 위한 평의원회 등에 참여하지 못한다. 또한 대학의 대표인 총장선거를 위한 투표권 또한 부여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나는 자랑스러운 강사이고 싶다
지금의 나에게 강사로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긍정할 수 있다. 연구와 강의는 내가 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강사로서 살아가는 것이 보람이 있는가 하고 묻는다면 긍정할 수 있다. 강사는 대학 내 강의의 많은 부분을 담당함으로써 대학 운영에 보탬이 되어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게 강사의 삶을 제자나 후배들에게 권유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면 쉽게 답할 수 없다.
강사는 대학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함과 동시에 국가의 학문생태계 유지를 위한 중요한 연결고리이다. 강사들의 노동은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잉여를 발생시키고 있으며, 사회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필수적인 강사들의 노력을 대하는 사회의 모습은 차갑기만 하다.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기본 생활보장, 노동자로서의 삶의 안정성 보장 그리고 대학 구성원으로서의 지위 보장 어느 하나도 현재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강사의 삶을 권할 수 있겠는가?
나는 여전히 강사로서의 생활에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조금만 더 욕심을 내 보고 싶다. 나의 보람뿐만 아니라 현재 나의 삶을 다른 사람에게 고민없이 권할 수 있도록 강사의 처우가 조금은 개선되길 바라며, 그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다.
ⓒ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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