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도 총장을 선출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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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도 총장을 선출할 권리가 있다
- 권용두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경북대분회장
- 승인 2024.07.1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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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육 공공성 강화해야 한다 ⑨ - 더 넓은 대학 민주주의를 실현하자!
윤석열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3대 개혁정책 중 하나인 교육정책은 그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무전공 무학과 입학제, 글로컬 대학 등 고등교육정책도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이에 한국비정규교수노조에서는 윤석열 정부 고등교육정책의 제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는 연재를 마련했다. 이 칼럼은 본지와 <프레시안>에 동시 게재된다.
대학의 자율성, 학문의 자유 그리고 총장선거
국가는 헌법 제31조 제4항에서 대학의 자율성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헌법 제22조 제12항에 규정된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학문의 자유는 국가나 정부로부터 제한받지 않을 자유를 의미한다. 대학의 구성원은 외부 세력으로부터의 간섭을 배제하고 스스로 대학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학문의 자유를 온전히 누릴 수 있게 된다.
대학 자율성의 주체는 대학 내 모든 구성원이다. 특히 대학 총장은 대학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교원의 임용이나 학술 연구의 인적·물적 기반 마련, 학술적인 분위기 조성 등 대학의 전반적인 운영이나 발전 방향 등에 매우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래서 대학의 총장선거 역시 대학의 자율성 및 학문의 자유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고, 총장선거에 대학의 구성원인 교원·학생·직원 모두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국립대 총장임용후보자는 대학 구성원의 직접·비밀 선거로 선출된다. 그러나 보통선거도 평등선거도 아니다. 대학 구성원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는 선거권, 평등하지 않은 선거인별 반영 비율 등 아직도 대학은 차별과 불평등 속에 갇혀 있고 여전히 민주화 투쟁이 필요하며 그 투쟁의 성과는 조금씩 대학을 바꾸어가고 있다.
총장직선제와 교원·직원·학생의 합의된 방식
총장직선제는 대학 민주화의 상징이고 대학 민주주의의 꽃이다. 대학 구성원들은 총장직선제를 투쟁으로 쟁취하였고 2015년 부산대 故 고현철 교수의 목숨으로 되살려냈다. 대학 민주주의의 온전한 실현을 위해 총장직선제라는 투쟁의 산물은 대학 구성원 모두가 골고루 나눠 가져야 한다.
지난 2021년 학생들과 대학노동자들의 치열한 투쟁의 결과로 교육공무원법 제24조 제3항 제2호는 '교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서 '교원·직원·학생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로 총장임용후보자를 선정하도록 개정되었다. 이제 총장선거는 교원만의 독단으로 결정된 절차가 아닌 교원, 직원 및 학생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로, 보다 민주적인 방식과 절차로 치러지게 되었다. 대학 민주화 투쟁의 성과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교원’에 고등교육법상 교원인 강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학 민주주의는 딱 그 정도에 멈춰 서 있다.
총장선거권과 강사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에 소속된 분회 중 전남대학교만 유일하게 강사에게 총장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대학 민주주의가 넓게 실현되고 있는 대학이다. 이를 전국 대학으로 범위를 넓힌다고 하더라도 결과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강사의 신분은 고등교육법상 교원이며(고등교육법 제14조 제2항), 해당 대학의 총장으로부터 임용된다. 임용기간은 보통 1년이며 그 이상으로 임용될 수도 있다(고등교육법 제14조의2 제1항). 신규임용된 강사는 신규임용 기간을 포함해 3년간 재임용 절차를 보장받으며, 그 이후에는 대학의 학칙 또는 정관의 규정에 따라 신규임용 또는 재임용 등의 절차를 진행한다(고등교육법 제14조의2 제3항). 강사의 임무는 학생을 교육·지도 및 학문을 연구하는 것이다(고등교육법 제15조 제2항). 대학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국립대에서 강사는 약 20~30%의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강사는 소속 대학 명의로 연간 수백 건의 논문을 각종 학술지에 게재한다. 참고로 2022년 기준으로 경북대학교 강사의 강의 담당 비율은 27%이고, 대학의 논문게재장려금을 지원받아 SCIE, SSCI, SCOPUS 및 한국연구재단 등재지에 게재한 논문은 314건이다.
강사는 교원으로서 또한 학자로서 임무를 어려운 연구환경에서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이는 학문의 자유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렇다면 대학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를 뽑는 총장선거에 강사도 당연히 참여하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배제가 아닌 통합으로
국립대학에서 총장선거는 비록 교원·직원·학생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르도록 한 교육공무원법의 개정으로 인해 예전만은 못하겠지만 여전히 교수회가 주도한다. 4년마다 총장선거가 다가오면 교수회는 총장임용후보자 선정 규정의 개정을 위한 위원회 및 총장임용추천위원회를 구성해서 선거인별 반영 비율 등을 조정한다.
교수회는 더 넓은 대학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배제의 논리를 걷어내고 통합의 논리를 적용하여야 한다. 교수회는 교육공무원법 제24조의 개정 취지를 반영하여 대학의 모든 구성원에게 총장선거권이 부여되도록 하여야 하며, 모든 구성원의 평등선거를 원칙으로 하되 구성원 각각의 책무 등 특수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이고 공정한 선거인별 반영 비율을 결정하여야 한다.
교수회는 비연속성, 비전속성 등 강사에게 총장선거권을 부여하지 않을 근거를 찾지 말고 선거권을 부여할 근거를 찾아야 한다. 강사에게 총장선거권을 부여할 근거는 차고 넘친다.
강의 시수는 주당 6시간(최대 9시간)으로 제한되어 있고(고등교육법시행령 제6조 제2항) 강의료 외에는 별도 수당이 없어 최소한의 생계유지 및 연구 활동을 위하여 부득이 여러 대학에 소속되어 강의할 수밖에 없는 강사의 특수성이 총장선거권 배제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강사의 특수성은 선거인별 반영 비율 산정 시 고려하면 족하다. 어차피 전임교원과 동일한 비율의 선거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권용두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경북대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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