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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판 이랜드 사태를 우려한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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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6-11 11:11 조회5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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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판 이랜드 사태를 우려한다

 

 [한겨레 시론]

 ​2014.12.22                                                                   이상룡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산대분회장

 

“나는 오늘 해고되었다.”

 

영화 <카트>의 포스터 문구다.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2년 이상 일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키는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들고, 2007년 7월부터 적용하기로 한다. 하지만 이랜드 계열사인 홈에버와 뉴코아는 이 법이 적용되기 직전인 6월,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키지 않기 위해 비정규직의 3분의 2를 해고해 버렸다.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되던 날, 해고당한 노동자들은 집단 농성에 들어갔고, 농성은 512일간 지속되었다.

대학도 비정규직 보호법을 비켜가지 못했다. 2009년 여름, 대학의 시간강사들 중 5000명에서 1만명 정도가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학들이 쉬쉬하는 바람에 정확히 몇명의 대학 강사들이 사라졌는가에 대한 집계조차 없다. 그해 여름 대부분의 대학들에서 박사 학위가 없는 시간강사들이 소리 없이 사라졌다.

2012년 정부는 한 대학 강사의 자살로 촉발된 시간강사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강사법을 만들었다. 그런데 6개월 계약직을 겨우 1년 계약직으로 연장하면서 매주 9시간 이상 강의하도록 만들었다. 대학의 시간강사들은 평균 4.2시간 강의한다. 그러니까 정부는 절반 이상의 시간강사들을 대량 해고하는 법을 만든 것이다. 강사법은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의 반발에 부딪쳐 유예되었지만, 국회에서 개정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2016년 시행될 예정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강사법 개정안을 뒷전에 미뤄두고 대학 구조조정에 몰두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대학들로 하여금 입학정원을 강제로 감축하라고 한다. 정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면서까지 법적 근거도 없이 이렇게 하는 것은 지방의 일부 사립대학과 돈 안 되는 학과를 퇴출시켜 나머지 대학의 등록금 수입을 안정적으로 보전해 주기 위해서일 뿐이다.

물론 학생이 줄어들면 정원을 줄이는 게 맞다. 그런데 교육부에서 하듯이 정원을 감축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나라의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42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15명이다. 우리나라의 고등학교는 14명이다. 우리나라 대학의 전임교원은 전체 교원의 38.4%에 불과할 뿐이며, 62% 정도가 비전임 교원, 즉 비정규직 교수다. 우리나라는 대학을 설립하고 운영하기 위해서 필요한 전임교원의 수(법정 전임교원)가 정해져 있는데, 이 가운데 61%만 채워도 되도록 정부가 허용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우리나라 대학은 비정규직 교수로 차고 넘친다.

학생들이 줄어든다고? 법정 전임교원을 모두 충원하면 된다. 그러면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낮아지고, 학생들은 정규직 교수들 밑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게 된다. 한국 사회의 전형적인 비정규직인 대학 강사 문제도 해결된다. 2000년대의 대학생들이 1970년대 고등학교의 콩나물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은 강의실에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대학들은 정규직 교수를 뽑을 돈이 없다고 그러는데, 우리나라보다 못하다고 하는 멕시코도 14명이며, 오이시디 국가 중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가장 높다고 하는 체코도 우리의 절반 수준인 20명에 불과하다.

대학 구조조정과 강사법이란 두 수레바퀴에 깔려 대학의 시간강사들이 압사당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아무런 준비를 하고 있지 않으니, 강사법은 예정대로 2016년 시행될 것이다. 대학판 이랜드 사태가 예고되어 있다.

사족 한마디. 2009년 여름, 1만명 정도의 시간강사들이 대학에서 일자리를 잃었지만 노동조합이 있는 대학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당시 부산대에서 해고된 70명도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의 천막농성으로 모두 구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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