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비정규교수 문제를 올바로 해결하는 협의체를 원한다(2016)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3-23 11:06 조회3,227회 댓글0건본문
우리는 비정규교수 문제를 올바로 해결하는 협의체를 원한다
2016. 02.14.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
한국대학신문 기고
지난 연말 국회에서 시간강사법 시행 2년 유예법안 통과의 조건으로 제시된 협의체가 조만간 구성될 예정이다. 이 협의체는 관련법에 따른 공식 의결기구는 아니다. 어느 정도 논의가 진행되면 정리된 대안들이 공론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생각하는 비정규교수 문제 해결의 올바른 방향은 정년트랙 전임교원으로 교원을 100% 확보하도록 법적 의무화하면서 비정규교수에 대한 처우도 개선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수 없이 다룬 바 있기에 이번에는 협의체에서 시급하게 고민할 만한 사항 몇 가지만 언급해본다.
지금 당장 교육부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각종 평가지표에서 ‘전임교원 강의담당비율’을 삭제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전임교원이 강의를 많이 담당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 같은데, 이런 시각은 교원의 안정적 역할 수행을 위해 책임시수를 규정한 시행령을 부정하는 자기모순의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OECD 주요 국가에서 교원들이 6시간 내외로 강의하는 현실을 외면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 전임교원강의담당비율이 높아져서 교육의 질이 나아졌다는 증거도 없다. 오직 교육부의 강압적 주장만이 있을 뿐이다. 오히려 교원이 강의를 많이 하도록 강요당할수록 안정된 연구와 양질의 고등교육이 힘들어지고, 학생 수업권이 침해당하며, 비정규교수가 대량해고 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벌어진 경희대 후마니타스 강사 대량해고 사태의 원인도 전임교원 강의담당비율 항목 때문이었다.
시간강사 제도는 발전이 아니라 폐지해야 한다. 전임강사라는 용어가 교원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고등교육법에서 삭제토록 한 교육부가 시간강사만 강사로 대하는 것은 차별적이다. 협의체는 비정규교수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될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하지 않고 시간강사, 특히 전업강사 문제만 다룰 경우 ‘풍선효과’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즉, 전업강사 강의료만 대폭 올리면 대학측은 비전업강사를 늘리거나 다른 형태의 비정규교수에게 강의를 맡길 것이므로 전업강사만 해고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그렇기에 비정규교수제도를 통합하여 보편적 처우개선을 해야 한다.
우리가 그동안 법적 교원 지위를 요구한 것은 강좌개설권, 의사결정권, 소청심사권, 생활임금 등 실질적 권리 확보를 위해서였지만 현재의 시간강사법은 이 모든 걸 보장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우리는 시간강사법이 개악된 형태의 시간제 교원 제도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교원 책임시수는 ‘프루크루테스의 침대’처럼 비정규교수들을 사지로 내몰 수 있으므로 비정규교수 대량해고 사태를 막으려면 현재 9시간 이상으로 되어 있는 모든 교원의 책임시수를 9시간 이내로 낮추어야 한다.
강의료 인상, 사립대 비정규교수에 대한 지원 방식 발굴, 시급제 대신 월급제 적용, 직장건강보험 적용, 연구공간 제공, 신분증 발급 등 수십 가지의 세부적 해결과제가 협의체 앞에 놓여 있다. 교육부와 대학당국은 어떻게든 사탕발림을 하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협의체를 끌고 가려 할 것이다. 대학 구성원들과 국민들이 눈과 귀를 열고 협의체에서 진행되는 일에 적극 반응하지 않는다면, 특히 대학의 정규교수들과 비정규교수 당사자 및 학생들이 침묵한다면 대학은 발전이 아니라 몰락의 길을 더욱 걸을 것이다. 물론 아직 희망의 끈을 놓기에는 이르다. 지금부터라도 협의체 구성의 정신을 살려 교권과 학생 수업권과 인권 보장의 측면에서 그리고 학문의 성숙과 고등교육의 질 향상과 대학 발전의 측면에서 비정규교수문제를 올바로 해결하기 위한 진실한 노력을 함께 할 수 있길 바란다. 우린 그런 협의체를 원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