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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의 시간당 “강의료 5% 인하 ”를 통해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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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6-09 11:38 조회6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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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의 시간당 “강의료 5% 인하 ”를 통해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한겨레 "왜냐면" 기고글 (지면 관계로 글이 줄어들고 수정되어 원래의 기고문을 게제)


     2010년 3월 29일                                                                                           성균관대학교 비정규교수노조 분회장 겸 강사협의회장 임성윤



2010년 3월 성균관대의 비정규교수노조와 강사협의회는 ‘엉뚱하게도’ 성균관대에 출강하는 대학강사와 비정규직 교수들에게 “강의료 5% 인하”를 제안하고 의견을 묻고 있다. 충분한 의견이 모아지고, 많은 강사들이 동의한다면, 2010학년도 임금단체협상에서 공식적으로 대학에 제안하고자 한다.

이런 구상을 한 이유가 성균관대의 강의료가 ‘전국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또는 강의료로 받는 급여가 많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사실 우리의 강의료를 인하해 보았자 등록금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 안 되겠지만, 성균관대의 강의료 인하를 통해 국민에게 부담이 되고 있는 대학등록금의 인하를 같이 모색해보고, 대학의 재정을 거의 전적으로 등록금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 위함이다. 또한 역설적으로 대학등록금은 엄청난데, 대학강의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강사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기 그지없고, 이것이 모두 그들에게 교원의 지위가 부정되고 있기 때문임이 공론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엉뚱하다 싶은 제안을 하는 것이다.

성균관대의 강의료가 전국에서 최고라고 하지만, 한 강사가 평균 주당 약 4.5시간(성균관대의 전임교수들은 한 학기에 보통 6~9시간 정도를 강의한다) 강의를 하는 성균관대에서 그 시수의 강의에 받는 한 달 급여는 월 100만 원 정도이다. 그나마 1년 중 32주 동안만 임금을 받는다. 나머지 20주 동안에는 아무 것도 없다. 이런 실상을 보면 대학강사들의 급여는 인하가 아니라 지금 당장 전체 액수를 대폭 늘려야 하고, 방학 중 무급 상태도 마땅히 시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강의료를 인하하자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왜?

그동안 임금단체협상을 통해 강사들의 최저생계 보장을 요구했다. 그러나 강의료를 크게 올려야 하는 형편에도 교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대학강사와 비정규직 교수의 현실로는 그 요구 관철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고, 또 강의한 시간 수에 따라 산정하는 강의 임금을 교수나 직원들의 연봉 인상률만큼 올려봤자 ‘전국 최고’의 수준을 자랑해도 (다른 대학에 비해 조금 낫기는 하지만) 생활이 어렵기는 매한가지이다. 그리고 한국의 대학들이 등록금을 대학재정의 주요 원천으로 삼고 있는 한 강의료의 큰 폭 인상은 쉽지 않다.

대학등록금이 연 1,000만원 시대를 열었다고 하는데, 정작 대학에서 강의하고 연구하는 사람의 절반은 어려운 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마 고려대 이기수 총장도, 저임금에 시달리면서도 연구자요 교육자로서 수많은 대학강사들과 비정규직 교수들이 대학교육을 떠받치고 있음을 염두에 두고, "우리나라같이 등록금 싼 데가 없죠. 교육의 질에 비해서 아주 싼 편이죠."라고 말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동안 천정부지로 치솟은 등록금이지만 그나마 지금 수준에서 머물러 있는 것도, 뒤집어 보면, 대학강사들과 수많은 대학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대학과 임금단체협상을 하다보면, 대학은 재정이 어렵다고 강변한다. 그리고 매년 성대의 강의료는 전국 최고수준이라는 말도 꼭 덧붙인다. 그런데 성균관대 강사들의 생활은 여전히 팍팍할 뿐이다. 임금단체협상에서 그동안 우리가 거둔 것은 노동자나 교원으로서의 권리가 아니라, 대학강사와 비정규직 교수들이 법적으로 교원이 아니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대학의 차가운 답변뿐이었다. 그리고 시간당 임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또한 강의료라고 해서 특별히 더 줄 수는 없고, 정규직 교직원들의 급여인상률에 맞출 수밖에 없다고 고집하며, 그 수준을 관철시켜 왔다. 그러면서도 성균관대는 ‘전국 최고’의 강의료를 유지해왔다. 이에 우리는 2010년에는 시간당 강의료 1~2,000원 인상에 목매는 임금단체협상 대신 그동안 우리가 잃어버렸던 자존심을 되찾기로 했고, 역발상의 임단협을 해보자는 결의를 현재 모으는 중이다.

대학재정에 ‘큰 부담’을 준다는 ‘전국 최고’의 성균관대 강의료를 내려서 대학재정의 여유를 찾고, 그러면서 등록금인하의 길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인건비를 인하해서 등록금을 실제로 낮출 수 있는 여지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정상적이며, 사회적 책임을 알고 실천하는 대학사회라면, 지금의 대학등록금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인하되어야 하고, 또 등록금에 대한 대학의 의존 정도를 낮추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진작 나왔어야 했다. 이에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우리 대학강사들이 먼저 문제제기하고 희생을 감수하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우리 또한 선생으로서 이 아르바이트 저 아르바이트 찾아 발을 동동 구르며 학업에 열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더 이상 그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은 학생이 학업에 열중하고 선생이 연구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이 조성되어야 학문의 전당이 되고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대학의 실현을 위해 “대학강사와 비정규직 교수의 교원지위 확보”는 지속적으로 추구하며, 강의료 부문에서는 잠시 양보를 하면서, 대학등록금의 인하를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각 대학과 교수들이 자신들의 몫은 하나도 내놓지 않으면서, 정부에 대해서만 고등교육예산을 늘리고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을 늘리라고 요구하고, 또 자기가 몸담고 있는 대학에서는 구체적으로 한마디 말도 없이, 사립대학 일반에 대해서만 재단전입금을 늘리라고 공허하게 요구하는 것은 공염불을 외는 것과 같다. 우리도 희생할 테니, 정부와 대학의 재단들에게 제 역할을 다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당당할 뿐만 아니라, 진정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가? 이러한 태도와 행동이야말로, 지식인의 진정한 修己治人(자신의 몸과 마음을 닦은 후에 남을 다스림: 성균관대의 건학이념이기도 하다) 자세 아니겠는가? 이렇게 우리는 ‘강의료 5% 인하’를 통해 등록금 인하를 유도하고자 한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412849.html (한겨레에 실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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