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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의 처지, 시간강사는 말한다 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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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6-09 11:59 조회2,3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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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의 처지, 시간강사는 말한다 2

 

                                                                                                              한겨레 [왜냐면] 기고글

                                                                                                            - 임성윤 비정규교수노조 성균관대 분회장 -

한겨레2011-01-07

 

다른 대학에 피해를 주면 안돼 강사료를 올려줄 수 없다고? 다른 노예 주인들도 동의해야 노예들의 요구를 받아주겠다고?

 

사회통합위원회의 위촉직 위원은 “사회통합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 대통령이 위촉”(사통위 누리집에서)한다고 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 위원들의 면면이 일부 전문직 종사자 말고는 지배 엘리트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사회통합위원회라는 명칭 앞에 ‘자본주의’라는 말이 붙는다면 좀더 정확한 단체의 명칭이 될 듯하다. 자본주의사회통합위원회.

 

현재 성균관대에서는 비정규교수노조와 대학이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서정돈 성균관대 총장은 최근 성균관대 시간강사들의 강사료에 대해 언급하면서, 현재 5만6000원인 시간당 강의료가 5만9000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교무처장에게 내렸다고 한다. 그 이유가 참으로 ‘참신하다’. “성균관대의 시간강사료가 5만9000원 이상이 되면 다른 대학들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그 이하에서 강사료를 결정하라.” 성균관대의 강사료가 5만9000원이 넘으면 대한민국의 다른 대학들에 무슨 피해를 준다는 것인지 우리는 전혀 알 수 없다.

 

시간강사들의 처지가 어렵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웬만한 사람들도 알 정도로 심각한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통합위원회의 주요 과제로 선정되어 사통위가 그토록 법석을 떨었던 것 아니겠는가?

 

만약 성균관대 시간강사가 성균관대 전임교수들처럼 1년에 15시간을 강의할 경우, 성균관대 시간강사의 1년 수입(1학기: 시간당 강사료 56,000(원)×9(시간)×16(주)=8,064,000(원), 2학기: 시간당 강사료 56,000(원)×6(시간)×16(주)=5,376,000(원))은 1344만원에 그친다. 이 ‘전국 최고’의 수입에 대해 10%를 올려달라고 했더니, 그에 대한 답은 제대로 하지도 않고 5만9000원 이상이 되면 다른 대학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강사료를 제대로 올려줄 수 없다고 한다. 이런 말을 어떻게 사회통합위원회 위원을 겸하는 대학총장이 할 수 있는가? 그러한 사람들로 위원을 구성한 사회통합위원회의 역할과 지향점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비정규교수노조 성균관대 분회는 지난해 초 “시간당 강사료 5% 인하와 등록금 인하”를 2010년 임금단체협상의 주요 요구로 제시했다. 우리는 그동안 강사료 인상을 요구하면서 절감해야 했던 대학운영자들의 안하무인식의 태도와 억지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 고육지책을 냈던 것이다. 또한 우리는 성균관대를 비롯한 대학들이 학생들의 등록금을 주요 기반으로 해서 재정을 조달하던 기존의 방법을 개혁할 것을, 또 정규직 교수와 직원들의 급여와 건축비용을 먼저 쓰고 남은 자투리 재정으로 시간강사들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에서 탈피할 것을, 그리고 대학교육의 공공성 회복을 요구했다. 이에 우리는 그토록 대학에 부담을 준다는 ‘전국 최고’의 성균관대 강사료를 낮추면서 대학 등록금도 낮추자는 제안을 ‘눈물을 머금고’ 제기했다.

 

예상했던 대로 강사료 인하 주장은 강사료 인상 주장보다도 더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대학은 경영권에 대한 간섭이니, 어떻게 비조합원들의 강사료를 낮출 수 있느냐고 강변하면서, 또는 그동안 전국 최고의 강사료가 등록금에 부담을 준다는 대학의 주장은 단지 배경설명일 뿐이었다는 알 듯 말 듯한 말만 하면서 노동조합의 의견을 묵살했다. 이에 노동조합은 성균관대의 강사료가 등록금에 미치는 영향이 별로 없음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강사료 인하 주장을 접고, 요구 내용을 수정해서 강사료 10% 인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것도 안 된다고 한다. “다른 대학에 피해를 주면 안 되기 때문에.”

 

그동안 성균관대는 시간강사들과 노동조합과 강사협의회에 누차 전국 최고의 강사료를 약속해왔다. 그런데 올해 대구대의 강사료가 5만9000원으로 결정되자, 성균관대 총장은 아랫사람들에게 그 선에서 강사료를 마무리 짓고 임단협을 끝낼 것을 명령한 것이다. 전국 최고라고 하지만 아직도 열악하기만 한 강사료를 그렇게 결정하고 또 “다른 대학에 피해를 주면 안 되기 때문에”라는 핑계를 대는 것이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중시하고 수기치인(修己治人)을 건학이념으로 하는 성균관대의 총장이자 또한 사회통합위원회의 위원을 겸하는 분이 가질 수 있는 입장이고 할 수 있는 말인가?

 

그런데 달리 보면 “다른 대학에 피해를 주면 안 되기 때문에” 강사료를 제대로 올려줄 수 없다는 얘기는, 노예와 노예주인 모두를 만족시키겠다고 나서는 사회통합위원회의 행태보다 솔직한 것 같다. 이는 “다른 노예 주인들도 모두 동의할 경우, 노예들의 요구를 받아주겠다”는 어느 한 노예주인의 말과 같은 것이고, 그러한 일은 이루어질 리 없기 때문에 결국 노예인 시간강사의 ‘해방’ 요구는 절대로 들어줄 수 없다는 노예주인의 선언이기 때문이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45777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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